우리 사회엔 언제쯤 맑고 향기로운 바람만 불까.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 2018’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 45위다. 갈 길이 멀다.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공직자 부정비리는 사회 기본질서를 무너뜨린다. 반(反)부패는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상시 규범이자 실천 과제다. 청렴도가 한 사회의 선진국 지수라고도 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부정 축재 역사는 짧지 않다. 조선에선 아예 부패한 관리를 ‘낮도둑(晝賊)’이라고 불렀다.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자 청백리인 이기는 함경도의 수령들이 가혹한 징수와 혹독한 형벌을 일삼아 낮도적이라 불렸다고 문집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었다. 또 성균관에 대해선 ‘조정에서 낮도둑을 모아서 기르는 곳(朝廷聚會晝賊而長秧之處)’이라고 기록했다고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백성 등골 빼먹는 공직자’, 국민은 더욱 고달파지게 마련이다. 개혁의 시급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산의 외침을 들어보자. “탐학질 하는 풍습이 노골화돼 백성들이 초췌해졌다.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충신지사가 팔짱만 끼고 방관할 수만 있겠는가(貪風大作 生民憔悴 蓋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其必亡國而後已 斯豈忠信志士 所能袖手而傍觀者哉).”

부패한 조선후기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과 제도 개혁의 청사진인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짓겠다는 뜻으로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는 덴마크와 뉴질랜드, 핀란드는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차례대로 1, 2, 3위를 차지한 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공직자들은 솔선수범해 ‘눈먼 돈’을 멀리해야 한다. ‘목민심서’는 이렇게 경책한다. “술을 끊고 여색을 멀리하며 노래와 춤을 물리쳐서 공손하고 단정하고 위엄 있기를 큰 제사 받들듯 할 것이요, 유흥에 빠져 거칠고 방탕해져선 안 될 것이다(斷酒絶色 屛去聲樂 齊?端嚴 如承大祭 罔敢游豫 以荒以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 예정지 투기 의혹 불길이 전체 공직사회로 번져가는 가운데 정부여덩은 공직자 부동산 재산등록제를 전면 확대하는 등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동산 질서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물론 공직자가 수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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