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태 논설위원

지방자치단체가 나름대로 자치권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살림을 꾸려갈 수 있는 적정한 재정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러한 재정을 민주적이며 능률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조직 구조와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더라도 실질적인 재정의 뒷받침이 없으면 지방자치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재정이 국민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이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라면, 지방재정은 지역적 차원에서 경제 개발이나 주민 복지 증진에 주된 목표를 두고 있다.

지방재정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사무 및 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정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지방행정 기능 및 지방 공공재와 공공 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이 주요 활동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재정은 좀 더 공공성이 강한 순수공공재를 생산, 공급하기 위한 재정이라면, 지방재정은 중앙재정보다는 약한 공공성을 가지며 민간기업이나 공기업 등 정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더 강한 지방공공재를 생산하거나 공급하기 위한 재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지방재정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재정의 압박 수준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 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재정압박의 정도가 위기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재정 압박 수준이 높아져 가는 현상은 여러 가지 지표에서 드러난다.

1990년대에 60%대를 유지하던 전국 평균 순계규모 재정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2년에 52.3%, 2014년 59.3%, 2015년 50.6%, 2016년 52.5%, 2017년 53.7%, 2018년 53.4%, 2019년 51.4%, 2020년 50.4%까지 떨어졌다.

2020년 지방자치단체별 총계규모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특별시·광역시는 60.9%, 도 39.4%, 시 33.5%, 군 17.3%, 자치구 29.0%로 지방자치단체 간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2017년 기준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 미해결 지방자치단체는 125개로 51.4%를 차지하며, 16개 시로 22.7%, 69개 군 84.1%, 69개 자치구 56.5%가 인건비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지방세 비중은 감소하고 지방세 신장률이 국세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에 국고보조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른 지방비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 수요가 급증해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재정 압박 요인은 세입과 세출 측면에서 찾을 수 있으나 최근 지방재정 압박은 중앙정부의 정책적 요인이 지방정부 세입 감소와 지출 부담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세입 측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인하 및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 등의 세제 개혁을 통해 중앙정부 재정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지방정부 재정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정부의 국고보조금 이양도 지방재정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2005년 국고보조금 사업을 대폭 지방에 이앙하면서 도입한 분권교부세 제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지방재정에 부담을 가증하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이다.

세출 측면에서도 저출산·고령화·불평등 심화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재정 수요가 늘어난 것과 선심성 공약 등 자치단체장의 정책 의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중앙정부의 정책이다. 영유아보육사업과 기초연금 등의 중앙정부 정책이 재원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됨으로써 지방정부에 추가적 재정부담을 초래한 것이다. 더욱이 최근 누리과정 도입으로 어린이집 아동 관련 예산이 지방 교육청에 편입되면서 매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사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재정의 문제점에 대해서 정부는 다각도로 지방재정 조정을 통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방교부세는 보통교부세·특별교부세·부동산교부세·소방안전교부세가 있다. 이중, 보통교부세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일정한 행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 행정 수요에 필요한 표준경비를 산출하고 지방세 등 일반재원 수입으로 충당할 수 없는 부족분을 보전하는 일반재원이다. 보통교부세 재원은 내국세 총액의 19.24%이다. 지방교부세는 중앙과 지방의 세원 배분을 보완하며 세입분권과 세출분권의 격차를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통교부세율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 복지 지출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므로 안정적인 재원 조달을 통한 지속 가능한 지방재정을 위해서는 지방소비세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소득세는 지방공공재 공급에 대한 대가로서 편익 원칙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세 수입이 열악한 점을 감안할 때 지방소득세를 단일 비례세율 또는 차등 세율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방세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소득세 개편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국고보조금제도의 개선은 국고보조율 개편, 국고보조사업의 평가 강화, 포괄보조금제도로의 확대, 국고보조금의 축소 및 궁국적 폐지 등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동안 지방재정제도의 개혁이 중범위 수준에서 꾸준히 다뤄져 왔다. 또한, 제도의 완비성 면에서 상당한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을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과감한 업무 이양과 정책개발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