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민 기자

예수가 생전에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위선자(僞善者)이다. 심지어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심판을 피하겠느냐?”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속은 썩어 문드러졌으면서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사람이야말로 상종해선 안 되는 부류이다. 그런데 위선자 못지않게 사회를 좀먹는 부류가 또 있으니 바로 위악자(僞惡者)이다. 위악자는 나름 철학과 사상으로 무장해 상대하기가 보통 까다롭지 않다. 변종 위선자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절대악(絶對惡)과 싸우기 위해서는 작은 악과 죄는 과감하게 무시해 버린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교통방송에서 진행한 ‘뉴스공장’ 출연료로 22억 원을 챙겼다 한다. 유명인의 방송출연료가 한 회에 200만 원에 달한다는 점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가 보였던 행태와 실제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평소 남의 눈치 안 보는 발언과 거침없는 행보는 대중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가 처음 딴지일보를 창간했을 때만 해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 지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보인 위악성은 나름 봐줄만 했다. ‘X같은 세상에 똥침을 날린다’는 그의 호기도 가십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문제는 ‘나는 꼼수다’란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현 정권의 핵심인사들과 연결고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는 여러 곳에서 제기됐었다. 나꼼수는 이명박 정권의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급기야 출연자 중 한 사람인 김용민이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까지 받게 된다. 지금은 김어준이 여당 인사들을 불러들여 자기 방송에 출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문빠의 이데올로그가 된 느낌마저 든다. 결국, 보다 못한 국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교통방송에서 김어준을 퇴출해야 한다는데 2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우스운 건 그렇게 세상을 향해 독설을 날리며 위악을 자랑하던 그가 출연료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공직자도 아닌데 개인 계좌를 들추나”라며 반발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개인 계좌를 들추는 게 불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앞에 “공직자도 아닌데”라는 전제가 달렸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그는 이미 공인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에서 출연료를 받으며 “왜 개인 계좌를 들추려 하냐”며 변명하는 건 평소 그답지 않다. 세상에 쫄지 말라며 호통을 치던 그가 왜 돈 앞에서는 그토록 쪼는 걸까?

김어준은 이제 그만 내려올 때가 됐다. 딴지일보, 나는 꼼수다, 뉴스공장으로 이어진 그의 화려한 경력은 돈 앞에서 그 빛을 버렸다. 여기서 더 나간다면 또 어디로 가겠는가? 기어코 대선까지 버티면서 연명하길 바란다면 그 말로는 비참해질 수도 있다. 꼬박꼬박 세금 냈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닥치고 퇴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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