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민 기자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이슈는 36세 0선 이준석의 당 대표 당선 여부이다. 대체 이준석이 뭐라고 그가 당 대표가 될지 못될지가 중요하단 말인가? 그가 서울과학고를 나오고 하버드 학사를 졸업했기 때문인가? 만약 그것이 이유라면 그는 벌써 국회의원이 돼야 했다. 문제는 이제는 기득권이 돼버린 586 정치인들을 물러나게 하고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586 정치인들도 한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34년 전 6.10민주항쟁을 일으킨 주역은 학생운동 지도부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이었다. 지금은 주체사상을 신봉했느니 안 했느니 말들이 무성하지만, 그때는 이 나라의 민주화 열기가 너무 뜨거웠기에 그들의 사상은 불문율이었다. 목숨을 걸고 반독재투쟁을 벌여 직선제라는 피눈물 어린 성과를 얻어냈지만 기성 정치인이었던 김영삼·김대중은 국민의 열망을 버리고 분열을 일으켜 결국 군사정권을 연장하는 지울 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586이다. 정권 초기 남북평화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지방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했고, 코로나 와중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전대미문의 ‘금권선거’를 통해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그들의 한계인가 보다. 독선과 아집의 전형적인 운동권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국정 운영을 총학생회 이끌 듯이 한 결과 문 정권은 몰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라고 초심을 버리고 타락하자고 작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사는 게 힘들고 세상에 찌들어 가면서 현실과 타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정치적 수명도 다한 것 아닌가 싶다. 새로운 인물이 나와 새로운 기풍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36세 0선의 햇병아리 이준석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그는 단지 유승민의 아바타라고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민주당에선 “너만 잘났냐? 나도 잘났다!” 시비를 건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는 이준석이 잘 버텨주길 바란다. 11일 전당대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이 그에게 걸었던 정치변혁의 열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젠 지긋지긋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그만 봤으면 좋겠다. 어쩌면 운동권뿐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았던 그 세대가 그만 물러날 때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장유유서(長幼有序)가 됐든 ‘소년등과(少年登科)는 불행’이라는 옛말이 됐든 젊은이들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은 높기만 하다. 그래도 알렉산드로스는 30살에 세계를 제패했는데 36세에 당 대표가 되는 게 대체 뭐 그리 큰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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