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휴식이 필요하다. 인간은 더욱 그렇다. 꼭 여름에만 휴가를 할 건 아니지만, 혹서기에 본격 휴가가 시작된다. 그럼 옛 문인달사들의 여름나기는 어떠할까. 시편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송나라 때 소순흠의 시 ‘여름날 풍정(夏意)’이다. “별채 정원 깊어 여름 돗자리 시원하고(別院深深夏簟淸)/ 활짝 핀 석류꽃 빛이 발을 뚫고 들어온다(石榴開遍透簾明)/ 나무 그늘 마당 가득한 한낮(樹陰滿地日當午)/ 꿈에서 깨어나니 때마침 꾀꼬리 소리 들린다(夢覺流鶯時一聲).”

여름날 오후의 나른함, 낮잠을 자고 난 뒤의 한가함, 꽃과 풀과 나무와 꾀꼬리 소리가 더위를 몰아내는 정경이 살포시 떠오른다. 어디 이뿐인가. 중국 한시 가운데 산수전원시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여름날 남쪽 정자에서 맏이를 그리워하며(夏日南亭懷辛大)’라는 시를 보자.

“연잎은 바람결에 향기를 보내고, 댓잎 이슬은 맑은 소리 떨구네(荷風送香氣 竹露滴淸響)/ 이런 생각에 친구가 그리워, 한밤중 꿈속에서까지 생각한다네(感此懷故人 中宵勞夢想).”

맹호연이 은자 생활을 하던 시절 여름밤에 절친인 신악을 생각하며 지은 시이다. 한여름 밤, 머리를 풀어헤치고 창문도 열어젖힌 채 한가로이 누워 있자니 바람결에 연꽃 향기가 풍겨오고 댓잎에 맺힌 이슬이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조선후기 청백리의 상징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을 만나보자. 선생은 1804년 어느 여름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전남 강진으로 유배된 지 4년째 되는 해다. 그는 나라걱정에 번민과 울분을 달래기 위해 음주하던 중 ‘여름날 술을 마시며(夏日對酒)’라는 시를 썼다. 정치의 폐단, 불합리한 신분제도와 과거제도 등 사회모순을 남김없이 묘사하고 있다. 견디기 힘든 마음의 더위를 술로 달래며 시를 지었던 것 같다.

휴가의 ‘휴(休)’자는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가 합쳐져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연에서 몸·마음의 여유를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산과 계곡, 강과 바다가 주된 휴가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오늘(21일)은 하지(夏至)다. 이십사절기의 하나로서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양력 6월 21일경으로,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그런데 폭염이 지구촌 곳곳에 이어지면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온난화현상 및 기상이변의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 어릴 때 여름방학이 기다려졌던 것은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멱도 감으며 매미소리와 함께 수박과 참외 먹던 추억이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화돼 훨씬 생활이 편해지고 좋아졌지만 기후 등 생활환경은 예전에 비해 점점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돼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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