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몸(1874-1965)이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의 삶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최고의 역작인 달과 6펜스, 발표 되자마자 참된 진실과 예술적 가치를 추구했던 천재적 화가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실존했던 폴 고갱이 작품속의 ‘찰스 스트릭랜드’로 변용되는 과정을 통해 천재 예술가가 탄생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런던의 증권 거래 중개소에서 일하고 있는 마흔 살의 가장이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스트릭 랜드는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을 하겠다면 아내와 자식 들 곁을 떠난다. 그는 파리로 가서 가난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그의 재능을 알아보아 주는 스트로브를 만나기도하지만 그의 아내 블란쳇은 스트릭랜드의 매력에 빠지고, 결국 남편 스트로브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 충격으로 블란쳇은 자살을 하고, 스트로브는 이에 대해 분노하게 되지만 스트릭랜드가 그린 블란쳇의 나체화를 보고 감탄에 빠지게 된다. 스트릭랜드는 말년에 타히티로 가서 그 곳 원주민 아타와 여생을 보내게 되는데 오로지 그림 그리는 일에만 열중하다가 나중에 문둥병에 걸려서 죽는다. 죽기 직전에 그는 마지막 작품을 남기게 되는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천재라고 밖에 설명될 수 밖에 없는 명작이라고 설명되면서 작품은 끝이 난다.

6펜스의 세계는 너무나 쉽다. 말 그대로 돈을 쫓는 삶이다. 시간을 들여 일을 하고 인내하고 돈을 버는, 그렇다면 달의 세계는 어떨까? 찰스 스트릭랜드가 그림을 그리 듯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6펜스에 속하는 세계에 살던 사람이지만 모든 것을 내 던지고 달의 세계로 간다. 제목의 '달'은 그가 추구했던 이상이고, '6펜스'는 달과 상반되는 물질적인 풍요와 편안함을 나타낸다.

책의 중반부에서 예술가의 가장 큰 적은 '자기 회의'라고 적힌 부분이 나온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내가 선택한 길이 과연 맞는 길일까. 내가 이 부분에 재능이 있나.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삶을 살아간다.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열정을 모두 불태울 수 있을 만큼 대작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자기회의에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달의 세계와 6펜스의 세계는 절대 섞일 수 없는 두 세계다. 그러면 나는 어떤가? 나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달과 6펜스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지금도 달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6펜스의 세계를 살고 있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달의 세계와 6펜스의 세계가 동그라미모양으로 같은 것이라는 황당한 자기위안과 만족을 하면서 여전히 원 주변을 돌며 홀로 고개를 끄덕이고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세속적인 삶이 예술가 적인 삶보다 못하다고 아무도 판정짓지 못한다. 스트릭랜드 같은 삶을 살지 못한다고 아무도 비판할 사람은 없다. 스트릭랜드가 가정을 버리고 떠난 것도 스트릭랜드를 좋아하다가 자살한 블란챗도, 결국 자기 선택일 뿐이다. 위의 사거를을 도덕적, 사회적, 윤리적으로 재단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하지 못하는 꺾이지 않는 인간 정신을 실천한 스트릭랜드의 결정과 삶에 칭찬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