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호 논설위원

요즘 이재명 후보는 자기 폄훼에 여념이 없다. 시인(是認)과 반성, 그리고 사과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말과 태도를 바꿨더니 큰 호응이 있었다고 판단 된 모양이다. 이후 아주 재미를 낸 듯 바겐세일을 거듭한다. 유권자들의 판단과 반응이 대선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이 후보의 이런 행태가 인성적인면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했던 '조국 사태' 사과가 후보 개인의 '말'로 끝나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사과 이후 여권 주요 인사들이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듯한 언급을 줄지어 하면서다. 조 전 장관이 저지른 죄는 다른 사람들도 흔히 하는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강성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명예회복'에 나설 태세다.이 후보의 갑작스런 사과를 두고 '표 확보'를 위해 말뿐인 사과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확실히 이후보는 너무 쉽게 사과를 쏟아내고 있다. 큰절을 하고, 눈물도 흘리고, 남의 슬픔을 경청·위로하는 모습도 보인다. 흔한 표현으로 ‘안하던 짓’을 아주 열심히 하니까 사람들이 시선을 주고, 그 중에는 “사람 괜찮네”라는 쪽으로 생각을 돌린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너무 쉽게 하는 사과에 진정성이 배어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론에 몰리고 몰린 끝에 하는 사과, 분위기 봐가며 그야말로 ‘박리다매 식’으로 하는 인상을 주는 사과는 언제 회수될지 알 수 없다

사과는 필요에 의해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고, 과격한 발언은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짙게 주는 언행들이다. 재치와 기지가 넘치긴 하지만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그의 ‘형수 욕설’은, 일단 화가 나면 끝까지 가버리는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말과 분노를 제어하는 장치가 아예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 후보가 던지는 메시지도 회색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개별적인 메시지는 회색의 천을 구성하는 붉은색·검은색 실 같이 명확하다. “이재명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차고 가겠다”, “구 적폐 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식이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앞으로 얼마나 더 큰 ‘무효화’ 발언이 나올지 모르지만, 여태까지 그가 한 말 바꾸기들 중의 백미(白眉)는 박근혜 찬양 치고 빠지기다.“국민이 반대하면 국토보유세를 할 수 없다”, “기본소득을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모호한 메시지를 낸다. 자신이 꺼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강한 저항이 일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철회했다. ‘빨갛다’ ‘파랗다’ ‘검다’와 같이 색을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회색은 형용이 어려운데, 이 후보의 메시지와 행보가 딱 그렇다.그의 반성과 사과에는 전혀 논리도 없고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표만 된다면 그냥 사과한다. 그야말로 허겁지겁, 닥치는 대로다. 급하니까 모든 걸 뒤집는 식이다.

“국가의 리더는 이중언어를 쓰면 안 된다” “변신할 때는 그 근거에 대해 국민에게 진정한 반성과 해명을 해야만 한다”

흙수저 정도가 아니라 ‘무수저’라고 스스로를 이름 지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제는 ‘비천한 출신’ 명패를 들고 나섰다.그는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형수 욕설’과 잔혹한 살인에 대한 ‘심신 미약’ 변호로 비난을 받아 왔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는 너무 흠이 크다고 하겠는데, 이에 대한 그의 반박논리가 ‘비천 탓’ ‘집안 탓’이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이 후보가 정말로 쉽게 화내고, 화가 치밀어 오르면 극단으로 치닫는 성격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을 재치와 기지로 모면하거나, 같은 자리에서 상반되는 모습을 내보일 수 있는 재주를 가졌다면 이 또한 예사로 넘길 문제는 아니겠다. 그 정도를 넘어 혹시라도 이 후보에게서 소시오패스나 안티소셜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 이건 공포이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뒤 이재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함께 취임식장에 설 것”을 약속했다. 윤석열이 지칭한 ‘문재명 시대’로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그들은 모두 이재명이 될 태세다. 그 대통령은 석유부국 베네수엘라를 말아먹은 우고 차베스와, 6000명 넘는 필리핀 자국민을 처형한 로드리고 두테르테를 합친 인물일지 모른다. 그 때는 국민다수가 후회 하고 있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유권자들의 판단과 반응이 대선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국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바는 하나다. 어느 누가 20대 대통령이 될 경우 진실 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안정적인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과 국민행복에 헌신하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민 각자는 진지하고 엄격하게 후보의 자질과 인격과 역량을 따져보고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책임은 결국 선택한 국민들, 유권자의 몫이 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이점만 명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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