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호 논설위원

포인트=사면은 대통령이 가진 고유의 권한인 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법치주의 훼손과 특혜 시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는 점을 미리 밝히면서 대통령들의 사면을 생각해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대한 정치권에선 몇 차례 사면론이 나왔다. 여권에선 작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사면 카드로 야권을 분열시키자’는 얘기가 있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올 초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권 핵심에선 “촛불에 대한 배신”이라고 반대했다. 청와대도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도 윤석열 검찰은 불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지 4년 9개월째다. 대통령 재임 기간(4년 1개월)보다 더 길다. 해외에선 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반인권·부패 혐의로 12년간 복역하다 사면받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노태우(768일), 전두환(751일) 전 대통령보다 훨씬 긴 역대 최장 기록이다. 박 전 대통령은 내년 2월이면 만 70세가 된다. 그동안 수차례 허리 디스크로 치료받았다. 칼로 베이거나 불에 덴 듯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한동안 의자가 없어 책을 받치고 앉기도 했다고 한다.

이번 성탄절이나 신년에 박 전 대통령이 마지막 특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꼬박 감옥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옥중 서신을 책으로 펴낸다고 한다. 그는 책 서문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썼다.

역대 가장 많은 사면권을 행사한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재임기간 동안 무려 25회의 특사를 단행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각각 20회, 15회를 행사해 뒤를 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9회, 노무현ㆍ이명박 정부는 각각 8회ㆍ7회 사면권을 행사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6회)가 뒤를 이었다. 특히 김대중은 당선직후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사면을 건의해 성사 시키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재임중 3회를 이어갔다. 노태우 정부 당시 사면에는 5공비리 연루자들과 6.29선언으로 김대중 등 정치인들이 사면 복권되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주범이, 노무현 정부는 여야 주요 인사들이 대거 면죄부를 받은 것도 흥미로운 기록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 등 기업인 사면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특별사면은 모두 네 차례 단행됐다. 2017년 연말에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25명 등 총 6444명을 사면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3·1절과 연말 두 차례 특사를 단행하면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 등을 사면했다. 지난해 말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 사드 배치 반대 시위 관련자 26명을 포함한 3024명을 사면키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신년 특별사면을 주로 했다. 2019년 3·1절에 특별사면이 있었지만 10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이었다. 따라서 이번이 재임 중 마지막 특별사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시대의 권력자였지만 여성이기도 한 그의 아픔을 보듬고 넘어갈 아량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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