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산더미처럼 커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에만 2조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전의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액이 1조1298억원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앞서 중장기 재무 계획을 통해 예상한 4조 3845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전의 적자 급등은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료비의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달 1kWh당 1만2706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대비 무려 155.1% 뛰었다.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 또한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제 LNG 현물가격은 이달 mmbtu(열랑 단위)당 35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초대비 7배 가량 치솟았다.

연료비가 올랐으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물가상승을 우려로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을 최대한 억눌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4조에 따르면 공공요금을 변경 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20일 내년도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천명했다.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는 정부가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부실은 결국 국민 혈세로 메워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개운치 않은 전기요금 동결이다. 전기요금 관련 문제를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왜곡된 인식에 근거한 ‘졸속 탈 원전’ 정책을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경제성만 따져도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 국민이 아닌 특정 정권 지지율에만 신경 쓰고 있는 여권의 근시안적 정책에 미래 세대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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