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호 논설위원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와 현재 20대 대선에서도 공정 이슈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의· 평등· 공정을 과거 어느 정부보다 더 내세웠던 정부가 고위공직자의 도덕 이슈, 부동산 가격 폭등, 안보불감증등을 불러오면서 오히려 넓은 의미에서 '진실'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진정성이 더 의심받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공약이기도 한 여러 가지 정책의 불발과 최근 단행된 정치적 사면권등에도 시민 사회단체로부터 저항을 받고있고 이러한 분노와 실망을 다른 정치권에서 도구화 하지만 그곳도 마찬가지인 현실을 보면서 국민들은 중요한 가치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촛불시위 때 보수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굉장히 비판적인 여론이 나왔다. 조국 사태, 내로남불로 명명되는 사건들과 '진보, 너마저'라는 목소리들이 일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소위 양대 정당,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지녀야 했던 정치적 올바름, 제도적 가치, 법적인 지향이 무너졌다. 어디가 옳은지 모르게 됐다. 젊은 세대가 어떤 정치세력도 믿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개인에게 필요한 것을 추구하는(실용적 혹은 이기적) 성향이 두드러졌다. 이런 것이 탈진실시대를 여는 중요한 지점이 됐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젊은 세대에게서는 이기주의적 기본소득보장과 개인의 실리를 추구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더 큰 중병은 도덕적 부족주의이다. 독선에 빠져 상대편을 악으로 규정하고 내 편은 무엇이든 옳다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나 요즘 대선 후보들과 각당의 선거 대책본부는 물론지지세력들간이 사이에서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채색된 진실’로 자신들의 논리를 과장하고 왜곡하는 일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치인들은 거짓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나서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한다. 예외적 현상을 일반화시키고,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뒤집어씌워 논점을 흐리게 만들곤 한다.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는 도덕적 부족주의로 끝없이 내로남불과 편가르기로 이성적 판단력을 상실하고 있다. 왜곡된 사실로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다음 이에 영향을 받은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여 정치적 편향성을 증폭시킨다. 트윗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정보의 발신, 개인방송 유튜브를 통해 사실은 왜곡되고 루머는 확산된다. 언론과 지식인들조차 이런 도덕적 부족주의 경향에 편승하고 있다.우리는 이미 드르킹이라는 여론 호도의 실체를 보아왔다.오로지 정권획득뿐이다.

어느 선거보다도 내년 20대 대선에 투표할 후보가 없다고 한다. 여야 모두 후보 선정 과정에서 원칙이나 철학보다는 정치적 부족주의 전략으로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후보를 선출한 결과이다.

진보적 가치로 국민들의 지지를 구하던 여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도덕적인 결함과 대장동 의혹등에 매몰된 실용주의 후보를 선택했다. 그 결과 후보가 상황에 따른 말 바꾸기로 민주당의 기본 노선까지도 흔드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야당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만으로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장본인을 차기 대선후보로 선택하는 모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오로지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치적 부족주의의 결과이다.

이런 부족주의자들에게 비대해진 국정운영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국가 전체의 운명과 이익은 뒷전에 두고 부족의 승자독식만 탐한다. 현정부의 비대해진 국가주의 국정운영이 심각한 상태까지 이르렀다는 것 역시 이러한 결과를 초래 했다.

30년 전 국가의 세금은 27조원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286조원에 달했다. 올해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증세로 인해 9월말로 이미 274조원을 거두어들였고 연말 전망은 314조원에 달한다.세금은 많이 거두어 들이 면서도 국가채무는 2014년에 503조원이었는데  내년에는 1000조원을 넘게 된다. 정부부채에 공공부채까지 합치면 올해 1280조원이다. 내년에는 150조원이 더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그많큼 국민의 삶은 힘들어 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가 세금과 부채가 팽창해도 여야 모두 정권을 잡으면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돈은 늘기 때문에 이를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를 빌미로 무엇이든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준다는 국가주의의와 기본권 보장 복지등 달콤한 유혹으로 우리를 현혹시킬 것이다. 부족주의와 국가주의가 결합되면 나라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정치적 부족주의와 과잉 국가주의를 심각하게 경계할 때이다.

지식인과 언론,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깨어 있어야만 하며 주권자로서 당당하게 저항하고 권리로서 나라의 운명이 파국으로 가는 걸 막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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