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운명이 벼랑 끝이다. 차기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다. 정권 교체나 정당 재편을 넘어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을 퇴치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진정한 정치가(政治家·Statesman)의 소명은 조국(祖國·patria)을 살리는 데 있다. 권력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위대한 정치가는 스스로를 버려 국민을 살리고 나라를 구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근본이다. ‘아님’(nicht)이라는 절망을 ‘아직 아님’(noch nicht)의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희망의 원리’다. 우리는 오늘의 절망을 딛고 내일의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불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는 위대한 정치가도 사회지도자도 없다.

오직 웅변가 같은 말만 잘하는 자기 잘난 사람들만이 있을뿐이다.

임인년(壬寅年) 범의 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은 늘 희망과 설렘이 넘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무겁다.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극복과 우리 사회 안의 극단적 대립, 양극화와 불평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축제가 되어야할 대선,이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기다리는 국민의 심정은 그리 편치 않다.아니 불쾌하기 까지 하다. 여야 유력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 논란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낳고 있다. 비전과 정책검증 대신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는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고질적인 진영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국민을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를 헤쳐갈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책임은 유권자 몫이다

올해는 이런 난관을 돌파할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중한 시기에 국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비전과 역량을 따지는 일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새 대통령은 국민의 단합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격변하는 세계 정세와 주변 환경은 더 이상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용납하지 않는다. 협치와 통합,공정은 정권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가 돼야 한다.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기도하다. 3월 9일 대선과 6월1일 치뤄지는 지방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하는 날이다.

다산 정약용의 牧民心書를 빌려 쓴 시로 비유해본다

牧民心書/노노족 김상호

순조18년 탁한 바람이 세월을 넘어 불어오니

옴달샘 마져 보이질 않아 갈증 이로다

큰 죄를 짓고도 태연한 탐관오리

청둥오리 척 하는 도다

왜가리 똥에 푸른솔 천년가지

어찌 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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