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이란 무엇인가. 과거 권력과 부와 명예를 과시하는 수단의 하나로 인식되던 자서전이 이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으로 일반화, 대중화되어가는 양상에 관심을 가져본다.

'덤으로 사는 인생' 권오찬 저자
'덤으로 사는 인생' 권오찬 저자

초고령 시대에 노인들이 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주목하면서, 사회와의 관계망 속에서 현저하게 줄어든 노년세대들이 자서전을 선택하는 이유를 ‘덤으로 사는 인생’의 저자인 권오찬 어른을 통해 들어 본다.

정말 100세시대가 피부에 와 닿는다. 노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생의 기가 당당하다. 적어도 1970년대 이전까지의 자저전은 주로 지식인 중심으로 출판하였고, 이후 기업인, 정치인 등으로 저자가 다양화되왔다. 내용으로는 지식인들의 전유물로 국민의 계몽을 목적으로 하거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현대의 자서전은 개인사를 중심으로 고백의 형식을 띄고 있다. 권오찬 저자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고백의 미디어라고 했다. 동감하는 부분이다.

노년세대가 말하는 자서전이란 무엇인가.

노년세대 입장에서 자서전이란 자기 정리의 공간이며 정체성을 표시하는 공간이며 기록이고 진실을 고백하는 공간임을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또 후대에게 자기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유언을 위한 스토리 유산이 아닐까, 적어도 자서전을 쓰는 동안 고통과 고민과 즐거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경험했을 거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런가 하면 과거의 기억에 즐거움이나 행복을 느끼고, 닫혀가는 미래보다는 과거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노년세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자서전을 통해 나를 알아달라고 말한다. 자서전은 지나온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부연해 보면 노인들에게 자서전 쓰기는 자기 위로였고, 잃어버린 정체성의 회복이었으며, 외부와의 소통으로 여겼다. 이러함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자서전에 자기를 남김으로써 후대에 기억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새한일보 이광옥 기자는 자서전의 새로운 프레임과 변화라는 측면에서 노인평생교육 커리큘럼으로 스토리유산, 스토리족보의 삶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스토리유산을 통한 ‘정체성’과 ‘자기 테크놀로지’ ‘자기 배려’의 관점을 중요하게 다루어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관찰과 자서전의 시대적 변화상에 따라 자기를 재구성해 가는 과정을 자기 조형의 관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그것은 곧 ‘사회적인 기록’이 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자서전을 스토리족보로 ‘ 중요한 일’로 의미를 두어야 하며, 나아가서 자신이 쓴 자서전을 스토리유산으로 의미를 확장시키기도 하며, 자서전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노년세대 스토리유산(자서전) 어떻게 쓸 것인가

노년세대의 자서전 쓰기는 먼저 자신과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먼저 인생의 끝 지점에서의 소외와 고독, 나이나 건강에 따른 활동의 제약을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자유롭지 못함은 결국은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다는 불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서전을 쓰는 목표지점의 하나로 자기 배려가 있다. 자서전을 쓰는 과정은 주체로서의 권한이 자기에게로 집중된다. 저자 입장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선별 하는 것이고, 선별된 이야기들은 선별의 주체에게는 중요한 이야기가 된다. 중 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는 선택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버리는 과정이다.

이 고민의 과정, 이 행위를 자기 배려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 나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면서 더불어 남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넣거나 빼는 첨삭행위는 자기를 재구성하는 것이고, 이는 자기 테크놀로지의 실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주체의 윤리적 실천에 의해 끊임없이 자기를 다듬고 변형시켜온 아름다운 삶으로 기억되게 하기 위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노년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
노년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

이광옥 기자는 ‘덤으로 사는 인생’의 자서전을 통해 노년세대는 자기를 새롭게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자서전을 쓰며, 자서전 쓰기를 함으로써 과거의 자기를 현재화하고, 안정되고 충실했던 과거의 정체성을 현재화하는, 즉 정체성의 회복으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그런가하면, 자서전 쓰기 전후의 노년세대는 현재의 처해진 나약한 모습을 벗어나 과거의 충실하고 건강했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서전에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하게 됨으로써 할 말을 다했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전한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던지고자 했던 자서전에서의 언어들은 자식들을 비롯한 타인과의 소통으로 이어졌다는 믿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과거의 충실했던 모습이 현재화되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았으며, 그러한 건강한 자기가 자서전을 통해 후대의 기억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들이 자서전을 쓰는 노년의 삶을 불안한 자기에게서 벗어나 자유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노년세대에게 자서전을 쓰는 시간은 과거로의 여행이다

권오찬 저자는 자서전을 쓰는 동안 행복감과 가장으로서의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스스로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아내와의 다른생각, 같은생각을 조율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면서 그 시절의 사람들과 교감하고,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과거가 지금의 나약한 자신의 시간보다 행복했던 시간이라는 의미로 전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자서전을 쓰는 시간은 새로운 삶의 공간이라고 보는 생각이다.

새한일보가 「덤으로 사는 인생」 의 저자 권오찬을 인터뷰한 계기는 무엇보다도 평범한 노년세대가 자서전을 통해 위로와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와 타인의 배려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기존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측면의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과 나아가서는 인정받고 싶어는 모습도 있었지만, 가족을 비롯한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기회의 공간으로, 가족사의 멍에를 성찰과 함께 치유를 기록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남아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메세지를 기대케 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는 것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서전을 통해서 노년세대를 새롭게 이해하고 의의를 찾아보자.

그동안 노년세대는 복지와 보호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었고, 그 해결방안으로 경제적인 문제의 해소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라는 관점에서 기자의 눈으로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노년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경제력, 학력과는 무관하게 정체성의 문제는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였다. 대부분의 노년세대들이 혼란스러웠으며, 분주했으며,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었다.

시대의 변화상을 체감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자기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노년세대인 그들에게도 오늘이 있고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음을 오늘을 잘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설레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러한 염원의 하나가 자서전쓰기로 실행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실천적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자서전을 통해 노년세대를 새롭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자서전의 의미를 어떻게, 어떠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평범한 노년세대의 권오찬은 노인의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노인을 거부한다.  저자는 팔순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플랜 C를 세우고, 가장으로서 집안의 고민을,  저자의 생애 추억과 현재를 기록하여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앞으로 덤으로 사는 인생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건강한 남편으로,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평범한 노년세대의 권오찬은 노인의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노인의 변명을 거부한다.  팔순을 맞이한 저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플랜 C를 세우고, 가장으로서 집안의 고민을,  저자의 생애 추억과 현재를 기록하여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앞으로 덤으로 사는 인생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건강한 남편으로,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자서전을 커뮤니케이션이나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확장하여 바라본다면

자서전을 직접 쓰는 노년세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필 작가에 의한 대필이 많고, 또 필요로 하는 노년세대가 많다. 이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년세대에게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직접 집필과 대필의 차이 등을 관찰할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자서전의 범위에 대해서도 논의가 좀 더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자서전 독자, 즉 가족이나 지인 등으로부터 직접 듣는 반응의 분석과 판매용 자서전과 판매하지 않는 용도의 자서전의 차이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서전이 이제는 과거에 가졌던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노년세대 누구나 나를 정리하고 표현하는 문화를 실천하는 매체로 진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의 대응도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새한일보 평생교육센터 인터뷰평생교육팀 02-2676-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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