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Glocal) 시대다. 세계화(글로벌)와 지방화(로컬)의 시너지를 뜻한다. 지역 특성을 살린 상품과 문화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야말로 선진국 형 지방자치의 모델인 것이다. 문제는 국민 63%가 '지방자치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는 필요한데 중앙집권적 행정체계, 단체장과 지방의회 행태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이율배반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망에 부응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경기 수원·고양·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 전국 4곳에서 13일 ‘특례시’가 공식 출범했다. 특례시란 기초단체의 법적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과 재정의 권한을 부여받는 새로운 지방행정모델을 말한다.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생했다.

4개 특례시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무늬만 특례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특례시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주민생활 편익을 줄 수 있는 특례사무를 정부와 도에서 빨리 넘겨받아야 한다. 4개 시는 지방자치법 통과 직후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사무’ 등 86개 기능과 383개의 넘겨받을 사무를 정하고 정부와 협의 중이다. 법안 통과도 필수적이다. 지난해 7월 14개 정부부처에 264개 사무를 지자체로 이양하고 관광특구 지정 등 특례시 사무권한 6건이 포함하는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단계적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해 지방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2022년까지 7 대 3으로 만들되, 장차 6대 4까지 갈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가장 어려운 재정분권을 통한 자치분권이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얼마만큼 위임 시켜줄 것인가가 과제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법령 범위 내에서만 지방자치와 조례로 위임 시킬 수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여전히 남은 숙제인 것이다.

사실 특례시 지정은 만시지탄이다. 현재는 광역인 도가 모든 일을 선도하고, 기초지자체는 거기에 맞춰주는 식이다. 100만명 급 대도시엔 안 어울린다. 경기 수원시(118만여명)는 울산광역시(112만여명)보다 인구가 많고 인프라와 인적 자원 다 충분한데 오로지 권한만 안 준 상태다. 울산시는 수원시보다 예산과 공무원 수가 2배다. 울산시민이 받는 사회복지 비용이 1인당 140만원 수준인데, 수원시는 기초 지자체라는 이유만으로 68만원 수준에 그친다. 행정서비스는 물론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온당치 않다. 한데 곧 100만 도시가 되는 경기 성남이나 부천도 이에 해당한다.

덧붙여 충북 청주나 전북 전주처럼 광역시가 없는 인구 50만명 이상인 도청 소재지도 특례시로 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이처럼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광역시 수준이지만 주차 문제나 쓰레기처리 등 이를 감당할 재정과 공공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각종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화와 지방화시대에 걸 맞는 자치분권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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