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해이다. 우리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도 회의감이 들곤 한다. 일부 지방의원들이 부도덕한 모습을 적잖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 현실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확전됐다. 서울시가 ‘교육경비보조금’ 조례안을 재의결한 시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제소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상대로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21일 대법원에 제기했다. 문제가 된 조례안은 교육경비 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예산 세입 중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 금액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다.

기존 조례에서 교육경비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예산의 세입 중 ‘보통세의 0.6% 이내’로 규정하던 것을 개정 조례에서는 비율의 하한을 뒀다.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교육경비보조금을 보통세의 0.6% 이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반드시 0.4% 이상으로 배정해야 한다. 교육경비보조금은 교육청에 교부돼 유치원·학교·학생 교육 등에 사용된다. 올해 예산에는 총 520억원이 반영됐고, 보통세의 0.31% 규모다.

서울시는 개정 조례안이 지자체장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시의회는 지자체장에 교육경비보조금 편성·교부 재량권을 부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취지를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개정 조례안은 2020년 10월 발의됐다. 당초 개정안에서는 보조금 범위를 ‘보통세의 0.5% 이상’으로 규정했다가 서울시가 반발하자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로 수정했고, 같은 해 12월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그러자 서울시가 이듬해인 지난해 1월 초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결국 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해 31일 이 조례안을 다시 의결했다. 아는 사전 지자체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시한부 시장’ 운운하지 말고 시민과 수도 서울을 위해 정당을 초월해 오세훈 시장과 ‘협치’의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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