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조합) 파업사태가 악화일로다. 택배파업이 52일째를 맞고 CJ대한통운 본사 무단점거도 여드레째 이어지고 있다. 많은 비노조 기사가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호소해도 회사 측이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 이도 모자라 택배노조는 “이번 주부터 끝장 투쟁에 돌입한다”며 21일까지 사태 미해결 때 파업을 전 택배업계로 확대할 태세다. 이런 무법천지가 또 없다.

노조 파업은 명분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번 사태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정에서 불거진 택배요금 인상분(건당 170원) 분배문제가 불씨로 작용했다. 파업 한 달째인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는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노조 측은 인상분이 극히 일부만 노동자에게 전해졌다고 강변한다. 택배기사들이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본사를 상대로 파업을 하는 것도 불법논란이 일고 있다. 그 사이 노조원들이 비노조원의 배송을 방해하고 망치로 임직원을 폭행하거나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사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며 막무가내로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해 농성도 벌이고 있다.

장기파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당장 물량격감 탓에 생계마저 위협받는 택배기사들이 적지 않다. 김슬기 비노조기사연합대표는 “택배노조의 갑질로 기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노조가 택배기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했다. 비노조연합 가입자가 최근 급증해 파업참가 노조원보다 2배 이상 많다고 한다. CJ대한통운 측도 하루 1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농어민과 소상공인이 배송 지연과 판매 차질로 고통을 겪고 있고 소비자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경찰은 수수방관하거나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니 어이가 없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어제 “점거농성 등 불법행위에 엄청 대처하되 자진 퇴거를 설득하겠다”며 모호한 말만 반복한다.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도 소관 업무만 따지며 나 몰라라 한다. 현 정부 들어 노사관계의 운동장이 기울었다지만 이번 사태는 도를 한참 넘었다. 얼마 전 손경식 경총 회장은 “노조가 기업보다 힘이 세다”며 “정부가 너무 노조 편향적이고 기업인을 경시한다”고 한탄했다. 이런 노사관계는 고용 악화와 기업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며 경제위기를 부를 게 뻔하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인들의 호소에도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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