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최악의 네거티브로 얼룩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양 진영은 도를 넘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선거판에 온통 헐뜯는 소리만 요란하고, 시대정신이나 거대담론과 관련한 토론은 실종됐다. 그렇지 않아도 외신까지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더타임스),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졌다”(워싱턴포스트)고 혹평한 마당에 갈수록 낯뜨거운 비방전이 전개된다. 대선이 국격 추락을 초래하는 형국이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는 며칠 전 윤 후보를 본뜬 밀짚 인형을 만든 뒤 저주를 퍼붓고 목과 두 팔, 두 다리를 차례로 다섯 토막 낸다는 뜻의 ‘오살’(五殺) 의식을 벌였다. 당사자가 사과를 했고 선대위직에서 해촉됐다고는 하지만 이런 섬뜩한 행위를 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김의겸 의원은 엽기적이고 주술적인 종교행사에 윤 후보 부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 부부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행사에 등장했다는 게 그 증거라고 했는데, 민주당 측 인사의 이름도 함께 걸려 있다는 국민의힘 반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민주당이 대중연설에서 부각해야 할 윤 후보의 문제점으로 무능과 무지, 주술과 신천지,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보복 정치 공언 등을 제시한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 후보는 얼마 전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는데, 작심하고 비방전에 나선 선대위를 왜 방관만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데는 국민의힘도 뒤지지 않는다. 이 후보 부인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김혜경과 기생충이 먹어댔다” 등 저급한 표현을 동원했다.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이 후보에 대해 “스스로 일 잘하는 유능한 후보라고 자찬하지만, 실상은 일머리 없는 무능한 후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윤 후보 구둣발 논란 대응을 위해 찾아낸 이 후보의 8년 전 ‘식당 흡연’ 건도 과도한 트집 잡기다.

선거전이 이전투구로 치달으면서 대선 후보들이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 만한 비전·정책을 가졌는지 검증할 기회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네거티브로 일관하고 나면 선거 후에도 여야 간 통합과 협력은 난망해진다. 양당 모두 자숙해야 할 때다. 금도를 벗어난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는 국민을 우습게보기 때문에 나오는 법이다. 국민이 혐오하는 흠집 내기를 일삼으면서 표를 달라고 할 염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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