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대외 경제의존도가 높다. 이런 현실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는 충격적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 러시아 지역 돈바스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 명목으로 군 진입 명령을 내리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쟁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

미국 등 서방국은 ‘명백한 주권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하고 즉각 제재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 두 공화국에 미국인의 신규투자, 무역, 금융을 금지하고 이 지역 인사들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원부국이다. 원유·나프타·천연가스는 물론 니켈·알루미늄·네온·크립톤 등 배터리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자재를 대량 생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벌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과 알루미늄의 재고 부족이 위험수위다.

예고한 대로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규제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 반도체 업계의 대러 수출 규모는 7400만달러(약 885억원)로 상대적으로 크진 않지만, 미국의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가 전자·자동차·IT 제품까지 수출이 금지될 경우 산업계 전반이 받는 타격은 커진다. 지난해 우리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9만대(현대차 3만8161대·기아 5만1869대)에 육박하는 차를 러시아에 팔았다. 그러나 양국 간 전면전이 현실화할 경우 러시아의 현지 내수가 약 29%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우리 차 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외교 채널 및 기업과의 유기적 협력 등을 통해 기민하게 상황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가을에 터진 요소수 사태는 반면교사다. 그때처럼 또 당해선 안 된다. 이미 대외 경제 여건은 악화일로다. 세계 경제는 긴축발작을 겪고 있다. 주요국은 코로나 유동성 덕에 간신히 침체를 면했으나 물가불안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물가가 뛰자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은 앞 다퉈 금리를 올리거나 올릴 태세다.

에너지 패권을 노리는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미 기축통화의 근간을 뒤흔들려 하는 점도 한국엔 불안 요소다. 미·러 관계 악화는 러시아와 중국 간 전략적 협력으로 이어져 한반도에 신냉전 구도를 조성할 수 있다. 우리 앞엔 코로나보다 무섭고 잔인한 ‘선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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