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서울 휘발유값이 어제 ℓ당 1800원을 넘었다. 두 달여 전 시행했던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달걀·배추 등 장바구니 물가도 고삐가 풀렸고 학원비·대리운전비 등 서비스 가격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대상 품목 468개 중 339개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10년 만에 넉 달째 3%대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충격이 국민 생활 전반에 급속히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정부의 물가대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내일부터 죽, 햄버거, 자장면, 삼겹살 등 12개 외식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을 매주 공표한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치킨과 떡볶이의 배달앱별 수수료도 공개한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9개 대형식품회사에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하면서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배석시켰다. 노골적으로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관치경제의 망령을 부활시키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두더지 잡기’식 대증요법이 통할 리 없다.

물가가 오르는 건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린 데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 국제 공급망 균열 등 대외 악재가 꼬리를 무는 탓이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대선전 매표성 세금 살포에 급급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여야는 어제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다. 예비비까지 합치면 집행예산이 17조3000억원으로 정부 안 14조원보다 3조3000억원 증액한 것이다. 불난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금리를 올려도 효과가 반감될 게 뻔하다.

문제는 인플레 압력이 갈수록 커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3·9 대선이 끝나면 그동안 억눌러온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까지 올라 물가가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거품이 꺼지면 소비 위축을 피할 길이 없다.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상한 각오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죽기 살기로 물가를 잡겠다”고 했다. 정부는 인플레 장기화에 대비해 재정지출·금리·환율·세제를 아우르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외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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