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각계 요구가 넘쳐나고 있다. 그중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규제 개선을 차기정부 산업정책 핵심 어젠다로 내세웠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기업경쟁력 제고를 통한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준다더니 오히려 ‘시어머니 노릇’만 했다는 게 경제계의 평가다. 예컨대 ‘기업규제 3법’을 들 수 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죌 수 있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올 1월 시행에 들어간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경영계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형사처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주의 구속으로 경영이 불가능한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기조는 규제 완화다. 시장경제와 민간 중심의 산업 정책, 합리적인 규제를 강조했다. 현 정부보다 적극적인 규제혁신에 나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 성장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도 중요하지만, 규제 개선으로 먼저 기업이 활동하기 자유로운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다.

디지털 전환에서는 규제철폐 보다는 기존산업과 신산업간 규제 형평성이 시급하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선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간 불공정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 분야가 디지털 금융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은행, 증권, 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기존 금융과 비금융과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존 금융권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기존 금융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 대비 까다로운 금융 규제를 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산업과 기존산업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규제 철폐보다는 조정 쪽으로 방향을 잡길 바란다.

사실 규제 수, 규제 품질, 나아가 체감 규제까지 여러 면에서 한국은 아직도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의 규제 비용을 추정하면 국내총생산(GDP)의 11%를 차지하는 액수라고도 한다. 규제개혁은 대통령 혼자 힘만으로 안 된다. 성패는 공직자에 달려 있다. 규제의 칼자루를 쥔 공무원들이 기업 투자 활성화 뒷받침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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