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당 소속·계열 인사들은 작년 말부터 앞다퉈 전국 351개 공공기관 이사·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권 말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짐짓 눈을 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판결이 낙하산 인사에 경종을 울리기보다 오히려 ‘알 박기 인사’의 명분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임기가 보장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은 연봉 1억에서 4억 원까지도 받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와 민주당 등에서는 정권 말 ‘꽃보직’ 인사 로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기다 보니 일할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었는데 ‘실종’ 상태다.

임기 말 내려보낸 공공기관 기관장·임원 상당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임기가 남아 있다. 그만큼 새 정부와 엇박자를 내며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석이거나 현 기관장의 임기가 올해 만료돼 윤 당선인이 기관장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기업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정권 말에는 공공기관 공석을 임용하지 않는 게 다음 정권에 대한 도리임에도 상식을 뒤엎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기업 임원은 정권의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인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게 사리임에도 현 정권은 역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최근 청와대 인사와 접촉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자신들과 협의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여권 인사들의 무리한 공공기관 보임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막판까지도 기승을 부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인사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인사 문제를 두고 신구(新舊) 권력 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권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대선 캠프 출신 인사 등을 집권 기간 내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주요 임원으로 임명해 경영 부실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해 인사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곤 했다. 정권 말 인사는 자제하는 게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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