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비리 수사가 맹탕으로 끝나고 있다. 경찰에 대한 기대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매듭지어지는 과정이다. 지난해 3월 ‘LH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그제 최종 수사 결과를 냈지만 국민들의 반응이 뜨악하다. 경찰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수본은 1년여간 수사를 진행해 총 4251명을 송치하고 6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군청 직원들이 단체로 관내 도로 개설 예정지에 땅을 사들인 사실 등 고질적·구조적 비리를 밝혀 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수사 성과가 국민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쳐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은 애초 고위직의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했지만 적발된 투기사범의 90%가 일반인이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고위 공직자는 41명에 불과했다. 전·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수사 대상에 오른 33명 중 6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현직 한 명만 구속됐을 뿐이다. 1560명이라는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한 결과치곤 초라한 성적표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공직자의 경우 은밀하게 내부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았다”고 했지만 무려 1년이 넘도록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LH 등의 내부 개발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 수사 결과도 미흡하다. 이 사건은 LH 전·현직 직원 14명과 가족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부동산을 사들여서 막대한 차익을 봤다는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이후 LH 직원들이 부동산개발회사까지 별도로 차려 조직적으로 투기했다는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났다. LH 직원이 1만여 명에 이르는데 내부정보 부정이용으로 송치된 사람은 209명에 그쳤다. 투기거래를 할 때는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 명의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독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민을 실망시켰다. 능력이 안 되는 건지, 의지가 없는 건지 답답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에 비판적이고,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를 내비친 바 있다. 수사 능력에 대한 불신을 사는 경찰이 무슨 명분으로 이를 막을지 의문이다. 권한을 줘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찰은 깊이 반성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후속 수사에 만전을 기해 투기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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