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비행기에 올라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먼 길 여정에 대한 지루함이 벌써부터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입원 중이신 아버님이 내가 돌아오는 날까지 ‘별일 없으셔야 할 텐데...’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또한 사무실에 누적되어 있는 많은 일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나온 것과 연이어 맞은 부도로 수금(收金)을 하지 못해 직원들의 급여를 제 때에 지급하지 못한 채 나온 아픈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또 직원들에겐 염치없는 말이지만 다음 학기 대학원을 등록하지 못해 학교본부 측으로부터 최종 납부시한을 통보받았는데, 직원에게 ‘수금이 되면 늦더라도 가능한 등록을 좀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온 것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했다.

18시 20분이 되자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륙 후 지상을 내려다보니 벌써 어둠이 깔려 멀리 전등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의 비행 여정은 최종 기착지인 아프리카 우간다(Uganda)의 엔테베(Entebbe)공항이었으나 직항(direct) 노선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의 오사카 간사이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편으로 날아가 에미레이트항공으로 환승해야 해서 이곳으로 향해야 했다.

기내식으로 첫 식사를 마치고, 약 1시간 40분 정도 비행 끝에 저녁 8시경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간사이공항은 당초 비행장을 건설할 때에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든 곳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여객과 화물운송을 처리할 수 있는 교통 중심지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야심찬 걸작으로 건설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시 그 규모는 대단해 보였다.

비행기 환승을 위해 gate를 찾아가는데, 워낙 멀어서 모노레일(monorail)을 타고 가야할 정도였다(지금은 별 것도 아님).

우리나라도 일본의 간시이국제공항을 능가하는 아시아권역 국제 항공노선의 교통요지로 일약 도약하기 위해 영종도 섬을 개발하여 인천 국제공항을 개항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조금 걸어 나오자, 우리를 맞이하는 일본항공사(JAL) 여직원이 ‘DUBAI’라고 쓴 팻말을 들고 우리를 안내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엔테베공항까지의 티켓을 구입할 때 아시아나항공사에서 일본항공사와 제휴하여 환승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놓은 것이다.

우리는 그 여직원의 뒤를 따라가는데, 여직원의 힙(hip)이 유난히 좌우로 돌아가기에 내가 ‘이 아가씨는 왜 이리 힙을 살랑살랑 돌리지...’하고 무심코 말했다.

그러자 그 여직원이 우리말을 알아들었는지 금방 뒤돌아보았다.

안내원이 일본인이었기에 우리는 무심코 말해놓고 우리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어찌나 무안한지 그녀에게 웃음으로 대신하고 말았지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목적지까지 안내해주기 위해 동행한 A사의 J과장은 해외생활을 5년 가깝게 하면서 출입을 자주 해왔기에 출입국 요령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므로 우리 일행에겐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그는 다음 비행 목적지인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국제공항까지 가는 비행기 티켓을 부킹하고, 짐이 잘 옮겨 실리는지를 확인한 후 다음 비행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여행에서 환승할 때는 화물로 부친 물건은 티켓을 부킹할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의 당부였다.

두바이로 향하는 다음 비행기는 에미레이트(Emirate)항공으로 밤 11시 30분 출발이라 시간 여유가 있어서 우리 일행은 흡연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눈에 띤 흡연 장소 표지판이 영문 및 한자어 표기와 함께 우리말로 ‘흡연소’를 ‘홉연소’라고 잘못 표기된 장소가 있었다.

다른 장소는 ‘흡’으로 표기되어 있었으나 유독 우리가 앉은 장소의 안내표지판 글씨가 ‘홉’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 6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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