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두바이로 첫 취항하는 비행기가 한 시간 전부터 요란스럽게 부산을 떨다가 실제 이륙하기 위해 움직인 시간은 당초 출발시간을 20분이나 넘긴 밤 11시 50분이었다.

우리가 비행할 최종 기착지인 아프리카 우간다(Uganda)의 엔테베(Entebbe)국제공항에서 우리를 마중 나올 뉴수단(New Sudan) 측의 인사와 현지 비지니스 파트너를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정장차림으로 탑승했더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한지 몇 분 정도 지나자 영어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는데, 맨 마지막 멘트에 ‘한국어를 하는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말을 하는 우리나라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반갑기는 했지만, 왜 아시아 국가 중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선두로 한 아시아권의 다른 국가를 먼저 소개하고, 우리나라를 맨 마지막에 소개하는지에 대해서는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국력이나 세계적인 위상으로 볼 때 말레이시아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에미레이트항공사는 아시아권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것 같다.

이는 2년 전 아내와 함께 하와이 여행을 갔을 때 매직 쇼를 관람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우리나라를 맨 마지막에 소개해서 언짢았었다.

당시 마이크를 쥔 사회자는 일본을 필두로 소개한 다음 중국에 이어 동남아 각국을 호명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한국을 소개하기에 너무 울화가 치밀어 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국 여행 중에 흔히 보는 일이기는 하지만, 비행 안내 화면에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있어서 더욱 기분을 상하게 했다.

하기야 에미레이트항공사와 일본항공사 간의 협약에 의한 비행편이니 일본 편에 설 것은 자명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항공사인 아시아나 비행기에서는 동해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는 아랍에미레이트가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영향력보다 일본의 영향력이 더 크게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일 것이다.

기내식으로 저녁식사 후 잠을 청하기 위해 가볍게 위스키라도 한 잔 마시려고 기왕이면 우리말을 구사하는 승무원을 찾고 싶어서 통로를 지나가는 동양인 여승무원에게 일단 영어로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 승무원은 뒤에 있는 승무원을 가리키면서 한국인 승무원이라고 말해주었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가서 말을 걸었더니 가슴에 ‘Miss Song’이라는 명찰을 단 한국인 여승무원이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무척 좋아했다.

그녀는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를 자주 찾아와서 불편한 사항이나 먹고 싶은 것이 없느냐고 묻는 등 많은 동포애를 발휘해 주었고, 샘플용 꼬냑(술)을 가져와 마시거나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가라고 권했다.

무엇이든지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애를 쓰면서 에미레이트항공사에서 운항하는 전 세계 비행시간표 책자와 심심할 때 사용하라며 카드(trump)를 선물로 주었다.

이번에 에미레이트항공사에서 57명의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했고, 전체 한국인 승무원 숫자는 100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한밤중의 비행 중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기내식을 총 네 끼나 먹고, 한국 시간으로 10월 2일 오전 10시 10분(현지 시간 오전 5시 10분)에 드디어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Dubai)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 시간은 한국 시간보다 5시간 늦기에 아직 새벽이었다.

또다시 우간다(Uganda) 엔테베(Entebbe) 행 비행기로 환승(transit)하기 위해 일단 공항 내에서 입국수속을 밟는데, 통과절차가 다소 까다로웠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 ‘삐이~’하는 소리가 나자, 아랍인 검색원이 다시 통과하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했더니 또 소리가 나자, 이번엔 신발을 벗고 통과하라고 했다.

맨발로 통과하니 소리가 나지 않아서 통과는 했지만, 난생 처음 신발을 벗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일이 별로 유쾌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소리가 났던 이유는 구두 밑창이 빨리 닳지 않도록 쇠붙이를 붙여놓았던 것 때문이었다.

밤 11시 50분경 다시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 10분(현지 시간 오전 8시 10분)발 엔테베 행 비행티켓을 부킹한 후 다음 비행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면세점에 들러 담배를 구입하고, 이곳저곳을 아이쇼핑으로 둘러보았다.

아랍에미레이트는 무척 잘 사는 나라로 소문이 나 있어서인지 금색(金色)으로 장식한 나무들과 그 밑에 작은 금괴(金塊)를 쌓아두고 있었지만 실제 금은 아니었다(그럴 리도 없겠지만...).

- 8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