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원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그리고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덩달아 사기도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사기도 증가하는 추세다. 투자 관련 사기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어떠한 대처가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33년간 사기꾼 잡는 전문 검사로 활약해 온 임채원 검사에게 물어보았다.

현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로 재직 중인 임 검사는 그동안 ‘사기당하지 않고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59회 했으며, ‘사기 예방솔루션’ 책도 발행했다.(이하 일문 답)

Q 사기예방솔루션 책을 쓰셨다. 책을 발행하게 된 계기.

저는 1990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시작한 검사 생활이 올해로 33년째이다. 그동안 사기 사건을 가장 많이 수사했는데, 수사하면서 항상 안타까웠던 점은“피해자는 왜 이러한 황당한 말에 속았을까?”라는 것이었다. 사기가 인정될 것으로 생각하며 시작한 수사인데 문서에 단어나 문구 하나가 빠지는 바람에 혐의없음 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관찰을 계속했고, 검사가 된 지 20년이 된 시점에서 드디어 나는 사기꾼과 피해자라는 등장인물만 바뀔 뿐 사기 사건에 일정한 패턴(pattern)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패턴이 있다는 것은 사기꾼의 처음 행동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기칠 것인지를 예측하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패턴을 잘 정리하여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면 사기 사건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생각했다.

5년 전에 사람들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한 ‘사기당하지 않고 사는 법’에 대한 강연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2022년 7월 초순까지 강연 횟수가 59회나 된다. 강연 내용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서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Q 대성TV 등 유튜브와 여러 매체에 많이 출연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기를 당해 재산을 전부 잃으면 가정이 파괴되고, 어떤 경우에는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내가 전하는 사기 예방 행동 지침을 듣고 사기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러 매체에 출연했다.

지금부터 약 1년 전쯤 우연히 대성TV 대표 최민준 씨에게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덤으로 사기 예방을 위한 행동지침 몇 가지도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알면 참 좋을 것 같으니 내가 사기 예방 강의를 할 때 직원을 보내 촬영하여 대성TV에 업로드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제의를 했다. 제 강의 덕분에 한 명이라도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서 허락했고, 대성TV에서 매주 2회 내 영상이 업로드되는데 70편이 넘는다.

올해 1월 7일 ‘임 검사의 사기 예방 솔루션’이라는 책이 출간되자 그 책을 보고 여러 방송사의 요청이 있었고, 6월 29일에는 예능프로‘유 퀴즈 온 더 블록’(유재석, 조세호 진행)에 ‘33년간 사기꾼 잡는 사기 전문 검사’로 출연했는데 유튜브 댓글을 보니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Q 거래 시 상대방이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조심해야 할 정황들이 있다면.

내 책에서는 사기꾼의 특징을 13개로 설명하였다. 그중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상대방이 이러한 행동을 보인다면 조심해야 할 것들을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첫째, 만난 지 얼마 되지 아니하였음에도 과잉 친절을 베풀 때 경계하라!

사기꾼은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고 잘해주면서 상대방의 신뢰를 쌓으며 경계심을 허문다. 그렇게 함으로써 착오에 빠진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후에는 연락을 끊는다(‘먹튀’). 그러므로 과잉 친절을 베푼다면 일단 경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상대방이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할 때 경계하라!

사기꾼들은 가급적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써달라고 요구했을 때 수십 년간 친하게 지내온 인간관계를 들먹이며 자신을 불신하느냐고 말하며 차용증을 써주지 않는 경우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기꾼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계약서 등 문서를 남기더라도 중요한 부분은 매우 추상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문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계약서 문구가 애매모호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 쪽 당사자든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애써서 작성한 계약서는 분쟁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피해액이 수십억 원이나 되는 실제의 사기 사건에서 혐의를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계약서의 문구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혐의 처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기꾼은 계약서를 써 줌으로써 피해자를 일단 안심시키고, 나중에 고소당했을 때 빠져나가기 위하여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한편 피해자는 사기꾼이 했던 말들이 계약서 문구에 전부 담겨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다가 불의타(不意打, surprise attacks)를 당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셋째, 파격적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말하면 경계하라!

‘아름다운 말은 감동을 주지만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기꾼은 지킬 수 없는 장밋빛 미래를 말한다. 기획부동산 사기, 다단계 금융사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사기꾼은 파격적 고수익 보장을 약속한다. 그와 같은 고수익이 나는 투자처라면 자신이나 그들의 친인척들이 하면 될 것이지 생면부지인 나에게 권할 이유가 없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거나, 사전 통보 없이 약속을 어길 때 조심하라!

나의 오랜 수사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기꾼 중 상당수의 사람은 소시오패스(soci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에 속한다. 소시오패스는 양심이나 공감 능력이 없고, 철저히 이익과 손해에 따라서 움직인다. 식당 종업원이나 골프장 캐드 등 사회적 약자는 소시오패스에게 전혀 이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심할 정도로 그들을 무시한다.

소시오패스는 더 큰 이익을 우선시하므로 이익이 덜 한 사람과 먼저 했던 약속을 깰 수밖에 없다. 사전 통보 없이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아니하기도 한다. 이때 피해자가 전화하면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그제야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자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상대와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다섯째, 사귄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돈을 요구하면 경계하라!

남녀 간에 돈거래를 하다가 잘못되어 상대방을 고소하는 사건이 가끔 있다. 이 경우 상반된 주장을 한다. 돈을 받은 쪽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서 생활비에 쓰라고 그냥 주었다.”라고 변명한다. 돈을 준 쪽(피해자)은 “그냥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므로 갚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빌려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를 입증할 마땅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아니한 시점에서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돈 요구를 하면 바로 관계를 끊는 것이 상책이다. 사기꾼은 처음부터 당신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SNS를 통하여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일정한 시점이 되면 이를 미끼로 이성에게 사기를 치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의 경우도 같다. 연인과의 이별 또는 사별, 이혼 등으로 외로움이 많은 40대∼60대가 주된 피해자인데, 한국으로 보내는 귀중품의 택배 비용이나 세관 비용 명목으로 거금을 계좌에 입금하도록 하여 사기를 친다. 피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당시에는 진짜 사랑인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여섯째, 큰 금액의 돈을 현금으로 달라고 할 때 경계하라!

사기꾼은 자신이 신용불량자라서 통장 거래를 할 수 없으니 큰 금액의 돈을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3억 원의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달라는 사기꾼의 부탁을 받고, 피해자가 그 수표를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꾼 후 이를 사기꾼에게 전달하면서 현금인수증을 받지 아니한 점을 악용한 사기꾼이 피해자에게 3억 원을 투자했고, 그 증거로 수표를 들먹이는 바람에 사기꾼한테 투자받은 적이 없었지만 투자받은 것으로 인정될 위기에 처했던 피해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현금을 상대방에게 건네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상대방으로부터 현금인수증 등 이에 대한 증거를 남길 필요가 있다.

일곱째, 연락처나 법인 상호가 자주 바뀌는 사람을 경계하라!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을 때 정상적인 경우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바뀐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사기꾼인 경우에는 자신이 사기 친 피해자가 연락할 수 없도록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바꾼다. 법인의 상호도 그렇다.

Q 요즘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기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나.

‘사기 범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라고 할 정도로 수법도 점점 진화해왔는데,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많은 건 보이스 피싱이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중고 거래 사기도 급증하며, 최근 주식에 실패한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노리는 고수익 보장 투자사기가 많아졌다. 그밖에 SNS를 통해 외국인이나 교포로 신분을 속이고 최근 이별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수개월간 친분을 쌓은 뒤 금전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치어 정신적 위안을 받기 위하여 무속인이나 역술인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무속인이 사기를 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Q 끝으로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은.

저는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오삼불고기를 드시라고 말한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오징어와 삼겹살로 만든 요리인데 오징어 5는 사기 예방 5가지 행동 지침, 삼겹살 3은 사기당한 후의 3가지 행동 지침을 말한다. 그 8가지 행동 지침 안에 제가 수사를 했거나 상담했던 사건을 설명한다.

간단히 살펴보면, 사기 예방 5가지 행동 지침은 ① (상대방의 말을) 재고(再考)하고, 확인하라. 재고하라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상식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말 자체에 모순은 있는지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을 가지고 한 번 더 생각하라는 것이다.

소나 염소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들은 한번 삼킨 먹이를 게워 내어 다시 씹는 일(되새김질), 즉 반추(反芻)한다. 확인하라는 거래 상대방이 하는 말속에 나오는 권리(또는 사실)관계나, 현장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② 첫 만남에서의 나쁜 느낌을 끝까지 믿어라. 사람의 촉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나중에 보면 그 촉이 맞는다는 것을 느낀다. ③ 세상에 공짜는 없다. 파격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기이다. ④ 증거를 남겨라. ⑤ 반대문서를 받아라.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으로부터 그 다운 계약서가 실제의 계약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재한 문서를 받아야 한다.

사기당한 후의 3가지 행동 지침은, ①받을 가능성이 없는 채권은 빨리 포기하라. 받을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막상 포기를 하려고 하면 매우 아깝죠? 사기꾼은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추가로 사기를 치기 때문에 “받을 가능성이 없는 채권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 ② 사기가 확실하면 신속히 고소하라. 이것은 친족간의 친고죄에 관한 문제이다. ③ 외상 합의는 절대로 하지 말라. 사기꾼은 구속되거나 처벌받을 상황이 되어야 합의하겠다고 하면서 합의금을 내놓는다. 그때까지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구속하기 위하여 실질 신문하는 단계에서 외상으로 합의해주면 사기꾼은 도망가거나 합의하지 않는다.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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