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그 부담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비용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날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단행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청년 등 금융 취약층 지원에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민간부채 출구전략 모색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층의 부채 부담 완화 방법을 상환 유예에서 경감으로 바꾸는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부채 상환 유예 중심의 임시 금융구호 체계를 오는 9월로 마무리하고, 10월부터 상환 부담 경감 중심의 근본적 재무구조 개선 지원 체계로 전환한다. 새출발기금을 통해 30조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상환이 곤란한 차주에게는 원금 감면 등 채무조정을 해주고, 금융 부담이 과다한 채무는 장기·저리 대환 대출을 해준다. 최대 20년 분할상환,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대한 원금 60∼90% 감면 등이 검토되고 있다. 청년층에 대해선 신용회복위원회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통해 종전 신청 자격이 미달되더라도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민간부채가 급증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19.4%에 달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보유 대출은 2019년 말 692조70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 967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인 다중채무자 30만명이 보유한 대출은 187조8000억원에 이른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소득에 비해 많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2030세대는 금리 인상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 취약층 지원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다만 지원 기준을 합리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원금·이자 감면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자칫 금융권 전반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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