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공항은 아시아 권, 유럽 권, 미주 권 및 아프리카 권으로 연결하는 항공 교통요지로서의 당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제공항답게 꽤 큰 공항이었다.

우리 일행처럼 환승하는 여행객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공항 내에서 쉬었다 가거나 투숙할 수 있도록 호텔과 바로 연결시켜 놓고 있었다.

네온사인 불빛은 매우 휘황찬란하고 실내가 아름다워 보였지만, 많은 승객들이 머물다 보니 앉을 자리가 부족해서 맨바닥에 앉아 있거나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모두 긴 시간동안 환승을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과 피곤함 탓인지 동·서양사람들 모두가 체면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 보이는 지친 모습들이었다.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만나서 이곳 두바이공항까지 같이 온 세 여인들과 작별하고, 다음 환승 비행기 탑승시간(boarding time)이 가까워지자, 우리는 개찰구(ticket gate) 앞으로 이동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환승할 비행편도 에미레이트항공사 비행기였다.

이때 옆에서 우리 일행의 대화를 들은 동양인 여자 한 사람이 “한국 사람이냐?”고 다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우간다(Uganda)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K목사의 부인으로 자신은 P선교사라고 소개를 했다.

우간다에는 우리나라 교민이 약 150명 정도 살고 있는데,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다소 있지만 대부분 선교활동을 하는 교민들로 이곳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P선교사는 또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으로 H산업이라는 건설회사는 임대아파트를 지어 분양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한국인 사업가는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Kampala) 시(市)의 도로변과 공지(空地)에 주차구역을 설정해 놓고, 주차비를 받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윽고 두바이공항을 이륙한 엔테베공항 행 환승 비행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남쪽을 향해 아프리카 대륙 상공을 힘차게 비행하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브라운관을 통해서 본 아프리카 대륙이 사막지대의 황무지였기에 지금까지도 그렇게 각인되어 있어서 사막지대만 연상되고 있었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확인하지 않은 이상 아프리카 대륙은 대부분 사막지대 황무지로 연상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비행기가 티 없이 맑기만 한 케냐(Kenya) 상공을 지날 때 창밖으로 보이는 지상의 산야(山野)는 너무나 푸른 초원지대였고, 이루 표현하기 이를 데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두바이공항에서부터 비행하는 동안 내 옆자리 오른쪽 창 측에 앉아 있는 흑인 승객이 있었다.

그는 내가 창밖을 자주 기웃거리자, 나에게 어디를 방문하느냐고 말을 걸어왔다.

자연스럽게 그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 우간다와 수단을 방문하는 중이라고 답해 주었다.

그는 혼자 앉아 있기가 무척이나 지루했었는지 무슨 일로 그곳을 방문하며,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등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매우 궁금해 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건설공사를 비롯한 금, 다이아몬드, 석회석광산 등을 조사하여 개발하기 위해 방문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비지니스를 당사국과 협의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혹시 우간다에 있는 ‘히마석회석광산(Hima limestone mine)’을 아느냐고 물으면서 나에게 더욱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주고받은 그와의 대화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의 본향(本鄕)은 바로 우간다 히마(Hima)였고, 현재 ‘히마석회석광산’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포한한 모든 가족은 캐나다(Canada) 국적으로 토론토(Toronto)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휴가 기간을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영국의 런던(London)을 거쳐 직장인 우간다의 히마석회석광산으로 복귀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는 그의 조상이 서양인에 의해 노예(?)로 끌려갔다가 노예해방으로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고, 현재는 외지인이 경영하는 모국(母國)의 히마석회석광산에서 근무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최종 기착지인 엔테베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중에 중간 경유지로 케냐(Kenya)의 수도 나이로비(Nairobi) 국제공항에 잠시 기착했다.

이곳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가 마지막 기착지인 우간다 엔테베공항을 향해 다시 이륙할 것이라고 기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어느새 호기심어린 눈으로 창밖의 나이로비 공항 모습을 내다보고 있었다.

- 9회예 계속 -

 박정봉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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