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상식 시대정신 부합한 민의 수렴 절실

여권, 상황심각성 인식해 반전 토대 마련을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보냈다. 첫날부터 74년간 권력의 중심이었던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일상적인 출퇴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약식으로 만나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은 '소통의 용산 시대'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윤 대통령은 폭넓은 활동을 했다. 취임 후 열하루 만에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국과 5월 21일 서울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안보·글로벌 현안까지 아우르는 한미동맹의 격상을 선언했다.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 가치외교를 고리로 서방과의 연대강화에 나섰다.

경제에서도 '자율'을 키워드로 규제 혁파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임 정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도 대대적으로 손질했고 원전과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식량·에너지 위기,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압승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붙을 것이라는 예상은 6월말 '나토 방문'을 전후로 빗나가기 시작했다. 6월 하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처음 나타난 데 이어 7월 말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0%가 무너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불안정은 여전하다. 국민의 기대감이 높기 마련인 집권 초기에 지지율이 이렇게 낮게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3개월여 만에 대선 때 득표율(48.65%)의 절반가량을 잃은 것은 지지층과 중도층에서도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더 이상 정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다수 국민의 뜻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특권과 반칙이 아닌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평가해 대한민국을 새롭게 건설할 인물로 여긴 것이다. 총체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바닥에서부터 틀을 다시 짜는, 새 역사를 시작하라는 기대감의 표출이었다.

문제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내건 윤 대통령에게 정권 교체를 가져다 준 엄중한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사는 만사’인데 윤 대통령은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초보 정치인 윤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고, 자신의 취약한 면모가 확대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정상이다.

여권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반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방향과 방식에서 벗어나 과감한 쇄신에 나서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이 홍보·정무 등 대통령실 업무 기능을 소폭 보강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안이한 인식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 ‘인사’(23%)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10%) ‘소통 미흡’(7%) 등 순으로 꼽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내각뿐 아니라 비서실장과 홍보, 정무라인 등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 요구를 여러 차례 제기한 상태다. 전문성과 미래비전,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널리 ‘삼고초려’해 영입하는 과감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매사 심사숙고하고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인사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고 경제와 민생 등 국정 동력을 회복해 공정과 상식,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선진 대한민국을 건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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