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교역규모는 30년 동안 47배 급성장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 공감대 확충 과제

한국과 중국이 24일로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동서 냉전기인 1950년 6·25전쟁 당시 양국은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다. 그랬던 두 나라가 1992년 수교 이후 지난해 교역 규모는 301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30년 동안 47배 급성장했다. 세계 무역사를 통틀어봐도 이처럼 경제·통상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상호 방문객 수도 코로나19 이전 2019년엔 한 해 1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밀접해졌다. 한국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은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배경이 돼왔다. 또 우리의 기술·자본·문화가 중국의 고도성장에 큰 자극과 영양분이 된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한·중관계는 그간 냉탕과 온탕을 수차례 오갔다. 수교 이후 양국은 협력동반자 관계부터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까지 우호관계를 계속해 유지했지만 미·중 간 신(新)냉전 심화로 위기도 맞았다. 올해 5월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중국에서는 10월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이 맞붙은 ‘전략경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쉽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와 시진핑 체제의 대결 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한국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처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대중국 압박을 위해 한국 정부의 동참을 요구한다.

8월 9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한국 박진 외교부 장관이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은 한국이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3불과 1한(限)’도 선시(宣示)했으므로 사드 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칩4’(미국, 한국, 일본, 대만)로 불리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대화’ 참석에 대해 한국이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사드 배치는 북핵 미사일 위협으로 인한 자위적 방위수단으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칩4’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가교역할을 내세워 중국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설득해야 한다.

미·중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도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국이 가교역할로 중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신뢰받는 동반자로 양국으로부터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한국이 문재인정부에서 내세워온 전략적 모호성(Ambiguity)은 미·중 양측에 믿음보다 불신을 초래해서 오히려 한국 입지를 어렵게 하곤 했다. 한국은 미·중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서 양국으로부터 믿음을 쌓아가는 전략적 신뢰성(Reliability)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중국은 세계 문명사적 흐름을 거슬러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의 편에 서고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우리는 달라야 한다. 긴 눈으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벗어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수출 다변화 등으로 대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등을 생각하며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선린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상호 공감대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한·중 관계는 많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국익 우선의 실사구시의 실용외교를 펼쳐 한중 양국의 상생을 기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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