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제외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와 전쟁 범죄에 반성할 줄 모르는 오만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 노역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8월28일에는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바 있다. 백색국가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자의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로, 대상 품목이 1100여개에 이른다.

백색국가 제외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이후 구축돼온 글로벌 밸류 체인(국제 분업체계)과 산업생태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의 산업도 온전할 리 없다. 일본은 수출규제로 무엇을 얻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반도체 등 한국 핵심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수출규제 카드를 꺼냈지만 외려 자국의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았던가.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기업들은 2020년 매출이 30%나 곤두박질쳤다. 반면 한국은 수출규제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의 속도를 내는 기회로 삼았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시간이 갈수록 ‘녹슨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명분도 없고 득보다 실이 많은 하책이다.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와 미·중 신 냉전으로 인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제사회 공조가 필수다. 무엇보다 이웃국가인 한·일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미 한국정부는 한·일 협력 복원의 당위성을 수차 천명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일의대수(一衣帶水), 겨우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둘 정도로 가까운 이웃으로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만 개선되면 호혜정신으로 공동발전 할 사이이기 때문이다.

한·일 신시대를 열기 위한 한국 측의 이런 노력을 알고 있는 일본이라면,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복귀’라는 전향적 입장을 취하는 게 순리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자충수’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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