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아프리카 지역의 사업 파트너인 무스타파와 함께 밖으로 나갔던 K사장이 되돌아왔다.

그는 오자마자 능숙한 솜씨로 쌀을 씻어 밥을 짓고, 마트에서 사가지고 온 부식 재료로 김치찌개를 끓이는 등 우리게 제공할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밥솥에 많은 양의 물을 부어넣기에 물이 너무 많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K사장은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곳 쌀은 우리나라 쌀로 밥을 지을 때보다 약 4배 정도의 물이 더 소요된다고 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10년이 넘도록 장기간 생활을 하고 있기에 경비절감 차원에서 우선 식생활부터 직접 밥을 지어먹는 일을 몸소 익혀 온 터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할인마트처럼 큰 상점이 있어서 먹거리 식료품은 물론 필요한 생활용품은 무엇이든지 구입할 수가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도 무, 배추, 고추 등 채소류가 재배되고 있다고 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K사장이 밥을 짓는 주방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곳곳의 그릇을 보관하는 장소마다 바퀴벌레가 어찌나 많은지 불결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우리나라의 주방과 비교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방만큼은 청결해야 하는데, 이곳의 실정은 전혀 생각 밖이었다.

싱크대의 가스레인지(gas range)는 가스 열판 2개와 전기 열판(induction range) 2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스레인지에 사용하는 연료는 관로(pipe line)를 통해 공급되는 도시가스가 아니었고, 우리나라 외진 곳의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이동식 충전용 LPG통을 사용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품처럼 가스 밸브를 열고 가스레인지의 스위치를 회전시켜 점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직도 가스통의 밸브를 먼저 연 다음 성냥불을 켜서 불을 붙이는 재래식 점화방식이었다.

점화용 성냥은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과거 우리나라가 한 때 사용했던 1960년대의 4각진 빨간 성냥통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매우 조잡해 보였다.

이윽고 K사장이 지은 밥과 마트에서 구입한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밑반찬 등을 꺼내 놓고 저녁식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무래도 객지에 떠나온지라 술이 한 잔 빠질 리가 없어서 한국에서 가져 온 팩소주를 반주로 곁들여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한 잔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이곳 밤하늘을 바라보며 객지에 온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향수에 젖고 말았다.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서 두고 온 가족생각에 젖어 있을 무렵 이곳 현지 사업 파트너인 무스타파가 왔다.

그는 우리와의 첫 만남으로 술대접을 하겠다고 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었지만 이곳에 와서 이국(異國)의 생활모습과 색다른 음주문화를 접해보는 것도 추억거리일 것 같아서 그를 따라 나섰다.

이미 K사장은 아프리카에서의 오랜 생활로 이곳 사정에 정통하고 있었으므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술집에 대한 정보를 미리 설명해 주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찾아온 장소는 숙소로부터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맥주 집이었다.

그리고 실내가 아닌 야외무대로 나무 밑에 설치된 탁자에서 술을 마시는 장소였다.

그런데 초저녁부터 많은 주객들이 몰려들어 장내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한 쪽 구석엔 젊은이들이 춤을 추며 쇼를 공연하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빙 둘러 앉아서 술을 마시는 타원형 바(bar) 형식의 자리도 있었다.

우리가 앉은 장소는 커다란 나무 밑에 위치한 8인석 사각 나무 탁자로 4명씩 마주보고 앉는 자리였다.

잠시 후 서빙하는 사람(남자)이 맥주를 가져 왔다.

이곳의 음주 문화는 안주는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안주 없는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를 가진 국민이 아닌가!

이곳으로 들어오는 술집 입구에서 통닭을 구워 팔고 있기에 한 마리 주문해서 가져왔다.

맥주는 한 병의 용량이 500cc이었는데, 병당 1,800실링(우리 돈으로 약 1,260원 가량임, 환율 100 : 70)이었고 통닭은 6,000실링(4,200원)이었다.

- 14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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