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호 지도부’가 닻을 올렸다. 당내 비주류 출신인 이 대표는 8·28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권을 거머쥐며 대선 패배 5개월여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선 친명(친 이재명)계인 정청래·박찬대·서영교·장경태 후보 4명이 당선됐다. 친문(친 문재인)계 고민정 후보가 유일하게 지도부 진입에 성공했다. 민주당의 주류가 친명계로 교체된 셈이고, ‘이재명 사당화’의 우려를 사고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잇단 전국 선거 패배로 어수선한 민주당을 개혁해 대안 야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당 국민의힘의 내홍 등이 초래한 낮은 지지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당 지지율이 반등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30%대를 맴도는 수준이다.

이재명호의 순항 여부는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극복이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있다. 최근 법인카드 의혹의 참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네 번이나 있었다.

민주당 통합도 중요 과제다. 당내 헤게모니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계파 간 갈등을 추슬러 '원팀'을 만드느냐에 따라 이재명호의 성공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이 대표가 임기 첫날인 2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 마을에 간 것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당내 통합을 내건 행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그만큼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향후 당직 인선이나 선거 공천 등에서 탕평 의지를 보여주느냐가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소수 극성 팬덤에 좌우되는 흑백논리 재연도 걱정이다. ‘20년 집권’을 큰소리쳤던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건 ‘대깨문’으로 상징되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 팬덤 정치로 민심이 등을 돌리게 만든 탓이 컸다.

여하튼 제1야당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야만 집권 여권도 자만하지 않고 국리민복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이 내실과 비전을 갖춘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길 당부한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교육·노동 개혁을 3분의 2 의석에 육박한 민주당에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주도하길 바란다. 정부·여당이 잘못하면 호된 비판을 하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으로서 수권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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