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지지율은 퇴임전까지도 70%가 넘었다. 16년간 장기집권하면서 국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노동개혁을 통해 독일의 경제 체질을 바꿨고, 대내외적으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그러나 지금 그에 대한 높은 평가는 급속히 퇴색했다. 그가 추진했던 러시아 천연가스(LNG) 의존 정책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명적 실책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독일 내의 탈원전, 친환경 여론을 의식해 원전을 멈춰 세우는 ‘착한 정책’을 펴면서 대신 싼 천연가스라는 푸틴의 사탕 발린 독약을 삼켰던 것이다. 독일의 전기요금은 1년 새 10배 올랐고, 겨울나기에 독일인들은 전전긍긍 하며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선한 선택처럼 보이던 정부의 정책이 시간이 흘러 명백한 실수로 드러나거나, 국민을 기만한 것으로 확인되는 일은 한국에서 더 흔하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독일처럼 무모한 탈원전 정책 탓에 붕괴됐던 원전산업은 정권교체로 그나마 기사회생의 기회를 맞았다. 태양광사업국가의눈먼 돈은 불법적으로 사업자들의 뱃속 불리기에만 국민의 혈세를 바쳤다. 이렇게 뒷감당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여러 선한 정책들의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대강을 살리기위한 원상복구를 위해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대해, 환경부 측이 법적으로 폐기된 평가 기준을 활용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편향적 의사 결정을 했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4대강 사업비는 1조1762억의 천문학적 국비가 투입된 사업이었다 보해체 역시도 막대한 국비816억을 투입해 헤체하였고 이로인한 국민의 혈세는 낭비되었다.

전 국민 코로나 백신 무료접종역시도 국민을 기만한 선한 정책으로 볼 수있다. 선진국들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속속 확보하는데 한국은 백신이 언제 수입될지조차 몰라 원성이 커지자 선심부터 쓴 것이다. 물론 코로나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발생 후 2년 반 동안 백신 접종, 검사, 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총 7조6000억 원으로 이 중 75%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것으로 최근 집계됐다. 비용의 4분의 3이 근로자, 기업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간 것이다. 나머지 4분의 1도 세금이어서 ‘무료’란 말은 애당초 어불성설이었다. 경증환자의 초음파·MRI 검사비까지 지원해 건보기금을 부실화한 ‘문재인 케어’와 함께 내년 건보료율이 처음 7%를 넘기도록 만든 원인이다.

이뿐아니다.지난 문재인정부가 작년 7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릴 때 전문가들은 좋은 의도와 달리 대부업체의 저신용자 대출을 위축시켜 불법 사금융 피해를 늘릴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문 정부는 정책을 강행했다.대학 강사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대학들은 전임 교원들의 강의를 늘리는 대신 시간강사의 고용을 줄였다.

문재인 정부가 올린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1.2%보다 높다. 한국보다 세율이 낮은 미국 대만 일본 등은 반도체, 배터리 산업을 유치, 육성하기 위해 세금 감면, 보조금 등 온갖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

15년 전 정해진 세율 때문에 인플레이션 시기에 저절로 세금이 늘어 중산층 실질소득이 줄고 있는데 이걸 조정하는 걸 이재명 당대표와 더불어 민주당은 부자감세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제도권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저신용자 십수만 명은 불법 사채의 수렁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강보험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던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은 절망에 빠졌다. 대학에서 강의하던 많은 시간강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무책임하게 착한 척하는 정책의 슬픈 결과다.

구조개혁에는 시동도 못 걸고 낮은 지지율의 늪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은 요즘 민생과 ‘약자 복지’를 강조하며 연일 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도 여전히 착한 정책에 집착하는 정치인들과 지차체장들 국민을 기만 하거나 더 이상의 정책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상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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