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3고 복합위기 가중

환차손 우려한 외국인들의 ‘세일 코리아’ 뚜렷

‘킹 달러’의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가 가중되리라는 우려가 크다. 환율 상승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인플레이션을 더 높이는 데다 해외 자본 이탈을 부채질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의 복합위기 심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8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1.6% 급등하면서 2008년 12월(22.4%) 이후 12년 8개월 래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도 치솟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세일 코리아’도 뚜렷하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8237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3012억원을 팔아치웠다. 주된 이유는 한·미 금리 역전이다. 금리차를 이용하는 캐리트레이드 자금들이 미리 자금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 단행으로 미국 기준금리(3.0~3.25%)가 한국(2.5%)보다 0.75%p 높아졌다. 정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만으로는 대규모 자본 유출 등 사태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3고 장기화 국면에서 실물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금융시장에선 한·미 기준금리 차가 단기간에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다음 달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더라도 오는 11월 미국이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양국 기준금리 차는 1.0%p로 또다시 벌어진다. 미국의 긴축 속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올해 남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모두 빅스텝을 밟더라도 미국 기준금리를 따라잡지 못할 가능성이 짙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을 보면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위기가 한꺼번에 오는 퍼펙트 스톰이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 때와는 달리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 위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이미 침체 경고음이 커진 국내 경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

특히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증폭될 전망이다. 한은의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 부채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4.4%p 높아진 221.2%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규모가 GDP의 2.2배를 웃돈다는 얘기여서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윤석열정부는 고환율을 저감시키기 위한 정책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유사시 양국의 통화를 맞바꿀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화를 빌려 쓸 수 있는 만큼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때 체결된 바 있지만 문재인정부 때인 작년 말에 종료됐다. 그러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글로벌 복합위기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도 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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