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권고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초저출산·고령화로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개혁’을 한국 정부에 권고해 주목되고 있다.

OECD는 많은 근로자가 명예퇴직으로 50세 즈음에 일자리를 떠난다며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대체 일자리에서 많은 경우 연금 납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을 납부하던 회사원이 직장에서 밀려나 국민연금을 더 적게 내거나, 내지 못하는 직업을 찾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55세부터 64세 근로자 약 3분의 2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기 전 주된 일자리를 떠났다. OECD는 주요 원인으로 ‘호봉제’로 불리는 연공급제에서 찾았다. 교육수준과 숙련도에 있어서 세대 간 격차가 큰 한국에서 더 능력이 뛰어난 젊은 세대를 채용하기 위해, 능력은 뒤처지면서도 호봉제로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중년층 근로자들을 50세 즈음에 퇴직시킨다는 취지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OECD가 제시한 대안을 수렴하길 바란다. 성과, 직무내용, 능력요건에 기초한 유연한 임금체계가 요청된다고 제시한 것이다. OECD는 “연공보다 능력, 역량, 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수요에 기반한 임금 결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과제가 적잖다. 무엇보다 전투적 강성노조가 과연 협조하겠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 이른바 ‘귀족노조’들은 기득권 강화에 빠져 있다. 게다가 법으로 보장된 파업 범위를 넘어서는 점거·시위·농성을 일삼기 일쑤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법과 원칙의 일관된 적용, 노동시장 양극화 개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유연성 강화와 노동법 개편 등 여러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 방편으로서 2000년대 초 독일의 집권 사민당이 추진했던 ‘하르츠 개혁’을 언급한 바 있다. OECD 권고를 이행하려면 이 시점 하르츠 개혁 수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2002년 폭스바겐의 노무담당 이사였던 피터 하르츠를 비롯한 15명의 전문가 집단인 하르츠위원회가 마련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이다. 당시 독일은 고령화로 인한 연금 및 건강보험 지출 증대로 사회보장체계는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사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개혁안은 실업수당 수혜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대폭 줄였고, 해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노동유연성을 확대했다. 또한 시간제 노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미니잡(mini job)’ ‘미디잡(midi job)’ 등 노동시간을 짧게 쪼갠 저임금 일자리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 경제는 되살아났다.

노동개혁은 그야말로 복잡한 과제다. 임금체계와 근로시간부터 노동시장 구조,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는 노동 관련법, 관행화된 불법행위에 이르기까지 손을 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관련된 개인과 집단의 격렬한 논쟁과 다툼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경제는 물가오름세 속 경기침체를 겪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짙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인 원자재 값 폭등에다 환율이 1400원대를 향하는 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으면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를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회복의 실마리는 내수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내수를 살리려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노동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하르츠 개혁은 가르쳐준다. 그게 바로 OECD의 권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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