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식사를 마친 후 시내를 구경할 겸 Mart를 찾았다.

Mart는 우리나라의 일반 할인마트와 유사했지만 상품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공산품의 대부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제품으로 조잡하기 짝이 없었고, 품질도 매우 낮아 보였다.

맥주와 음료 등도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수입한 것들이었다.

장기간 체류해야 하는 우리는 숙소에 두고 사용할 일반 생활용품을 비롯하여 주식인 쌀과 채소, 육류 등 부식을 구입했다.

쌀의 모양은 매우 길쭉했고, 윤기가 없어 보였다.

사과와 무, 배추, 고추 등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재래종처럼 아주 작았다.

객지에 나와 있는 동안 몸이라도 건강하게 지내다가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영양보충을 위해 육류가 진열된 곳을 찾았더니 돼지고기 등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울러 LA 갈비, 쇠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등도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돼지고기를 보는 순간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곁들여 먹고 싶은 생각이 번쩍 들어 “앗! 삼겹살이다.”라고 외쳤더니 웬 여자 둘이서 “한국 사람이세요?”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했더니 반갑게 맞아주면서 대화를 청했다.

그녀들은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느냐, 어느 회사에서 왔냐?’고 묻는 등 우리 일행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 여인은 남편이 이곳 우간다 캄팔라(Kampala) 시내의 도로변과 공지(空地)에 주차구역을 설정해 놓고, 주차비를 징수하는 용역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캄팔라 시장(市長)은 차량의 주차비를 징수하여 세수(稅收)를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한국 사람의 제안에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아이디어를 수출한 셈임).

그녀들은 이곳의 기후가 사시사철 온화하고 좋아서 개인적으로는 고국에 돌아가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곳 캄팔라 시에 우리나라 교민 수가 약 150명 정도 생활하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지만 주일날(일요일) 교회에서 만나는 정도라고 했다.

그녀들이 우리가 이곳에 사업차 온 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습에서 자신(남편)들이 선점해 놓은 사업권역을 침해받을까봐 내심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다.

Mart에서 만난 한국 여자들과 헤어지고, 쇼핑을 마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캄팔라 시민들의 생활상을 살펴보기 위해 일부러 도로를 따라 걸어서 왔다.

전 회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도로는 아스콘으로 포장되어 있었으나 노출되어 있는 땅바닥(地表面)이 적색(赤色)을 띠고 있는 토양(土壤)으로 흙먼지가 날려 포장도로와 주변까지 모두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무엇인가 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지만 할 일이 없어서 노상(路上)에 앉아 잡담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헐벗고 굶주려서 구걸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보였다.

이곳의 상권(商權)은 대부분 외지인(外地人)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고, 현지인은 외지인이 경영하는 사업장의 종업원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인도, 일본, 중국 사람들이 상점과 음식점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현지인들은 노상에 펼쳐놓은 잡상인(노점상) 정도에 불과했다.

어느 나라든 예외 없이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주권을 견고하게 지켜야 하고, 경제도 확실하게 부흥시켜 자국민이 외국 자본과 자본주에 예속당하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얼핏 캄팔라 시민들은 외국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경제식민지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차 대전 후 독립국가로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것과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했다.

신문과 잡지를 길가에 펼쳐 놓고 판매하는 상인들이 무척 많았는데, 그 정도가 열 발작 이내에 한 곳씩 있을 정도로 무수히 많았다.

신문은 당일 발행한 진짜 신문(新聞)도 있었지만 아주 오래된 구문(舊聞)도 펼쳐놓고 팔고 있었다.

펼쳐놓고 팔고 있는 신문 중에 우연히 영문으로 대문짝만하게 큰 헤드라인(headline)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 20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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