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고 철없는 파업’에 사내 안팎 비아냥

IMF 세계경제 위기 경고…한국경제 복합위기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경제도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노사 공감대 위에 산업평화에 힘써 이 위기를 극복해야 마땅한 일이다. 현실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자. 당장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 전기차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차별 논란에 처해 있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2년 만에 또다시 파업에 나선다. ‘명분 없고 철없는 파업 이유’이기에 사내 안팎으로부터 비아냥을 사고 있다. 퇴직 후 75세까지만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겠다는 회사 측 제안에 반발해서다.

기아는 그동안 25년 이상 근무한 뒤 퇴직 직원에게 차량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2년에 한 번씩 기아 차량을 구입할 때마다 평생 30%를 깎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는 앞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 우려가 커짐에 따라 할인 혜택 제공을 75세까지로 제한하는 한편 할인 주기는 3년으로 늘리고 할인율은 2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대신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과 함께 재직자 복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합의안은 50세 이상 직원이 반발하면서 부결됐다.

기아 노사 교섭단은 지난 8월 ‘역대급’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 월 9만8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등을 담았다. 기본급을 제외하고도 2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타결되면 곧바로 1000만원 가량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앞서 타결된 현대차 노사 합의안과 거의 같은 수준인 만큼 가결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평생 30% 할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3일 두 시간 파업한 뒤 14일에는 네 시간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생산 특근도 전면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미 IRA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자 복지 문제로 파업한다는 건 회사는 뒷전인 채 설득력 없는 억지 논리에 매몰된 노조 행태다. 퇴직자 복지가 축소되더라도 경쟁 업체보다 과도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세계 1위 자동차기업 일본 도요타는 퇴직자 차량 할인이 전혀 없다. 도요타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858만엔(약 8500만원) 수준이다. 기아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00만원으로 도요타보다 20% 가까이 높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5조원 적자를 내고 대규모 리콜 사태까지 터져 존폐 기로에 몰렸던 도요타는 올 상반기 창사 후 최대 매출과 판매량을 기록했다. 도요타의 부활은 산업평화에서 찾을 수 있다. 경영진은 SUV로 넘어간 미국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생산 공정과 조직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였고, 노조는 무분규로 소비자의 신뢰를 샀다. 이러니 현대기아차 생산성이 도요타의 40% 수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은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기아차 파업 운운은 노동개혁이 왜 절박한 과제인지를 단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노정당국은 기아차노조의 불·탈법 행위에 대해 의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기아 사측도 노조의 파업·생산방해 행위에 대해 사규와 법률에 의거해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글로벌 판매 감소 등 최악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더 이상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선 안 된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고임금을 받는 ‘귀족 노조’가 어려움에 빠진 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돈 더 내놓으라며 파업하는 건 배부른 자의 억지일 뿐이다. 회사가 성장해야 일자리도 보전 받는다. 위기 상황인데 퇴직자의 과도한 밥그릇까지 챙긴다면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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