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펼쳐놓고 팔고 있는 신문의 헤드라인(headline)의 큰 글씨는 우간다 국민이 한 해에 소비하는 콘돔 수량이 1억 2천만 개라고 적혀 있었다.

우간다 국민 수가 약 2천만 명인데, 그중에 성인을 절반 정도로 치고, 또 남녀 한 쌍이 사용한다고 볼 때 1인당 평균 몇 개나 사용하는지 계산해 봄직하다.

후진국일수록 국민소득은 낮지만 놀이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특히 성(性, sex)문화가 난무하게 개방(?)되어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아마도 이곳 우간다 국가도 바로 그런 나라들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간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서 목요일 저녁이 되면 캄팔라 시내 거리에는 많은 청춘남녀들이 나와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술을 파는 주점마다 삼삼오오 어울려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금요일이면 만취되어 남녀 모두 성(sex)을 즐길 상대를 찾아 헤맨다고 했다.

이러한 생활이 토요일 밤까지 이어지는데, 일요일 저녁은 다음날인 월요일은 출근해서 근무를해야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저조해진다고 했다.

도로 옆에 ‘Police Station(경찰서)’이라고 쓴 간판이 보였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경찰서인데, 경찰서 건물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 블럭과 벽돌 위에 녹슨 함석을 얹어 놓은 허름한 구조물(?)이 전부라서 아무리 봐도 모양과 크기가 사뭇 우리나라 강아지 집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견(路肩, 갓길)에 임시 설치해 놓은 가설 경찰초소 정도로 봐주기도 과분할 정도로 초라했지만, 제복을 입은 경찰 몇 명이 소총을 들고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는 또 영문으로 ‘International Barbershop(국제 이발소)’라고 간판이 붙어 있었다.

마치 옛날 60년대 우리나라 시골 장터의 외진 곳에 의자 하나를 갖다놓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잘라주던 ‘이동식 이발소’와 거의 흡사했다.

지나다니는 행인마다 마구간에서 나는 듯한 악취가 코를 진동해서 역겹기 짝이 없었다.

온통 공기가 그들 특유의 냄새로 오염된 것 같아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곳의 직장 여성들은 한 달 월급 중 약 절반을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는 비용에 충당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머리가 라면 면발처럼 구부러지면서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여서 머리를 펴는데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했다.

머리를 새끼처럼 땋은 여성들도 간혹 보였다.

한 번 돈을 들여 머리를 손질하면 다음 달 월급을 받아 다시 머리손질을 할 때까지 머리를 감지 않는다고 했다.

머리를 감지 않는 이유는 머리에 물이 묻으면 펴놓은 머리카락이 다시 구부러져 머릿속을 파고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머리를 감지 않고 지내다 보니 그 냄새가 다 어디로 가겠는가!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남자들은 대부분 백호로 민 박박 머리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머리를 펴는 제품(약)을 수출하거나 이곳에 가지고 와서 미용실을 경영하면 돈벌이가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길을 건널 때마다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곳의 자동차는 모두 일본이나 영국처럼 좌측 통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를 피해 길을 건널 때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우측 편을 보아야 하는데, 무의식중에 엉뚱하게도 반대 방향인 좌측 편을 보기 일쑤였다.

도로에는 거의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나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키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제복을 입은 교통경찰관의 수신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건너다녔다.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거의 대부분 일제 중고차들이었다.

비즈니스 파트너인 무스타파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곳 캄팔라 시민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새 차(新車) 수입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고차를 일본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역시 일본인들의 상술은 세계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겠다.

일본 사람들은 자국에서는 폐차장으로 보낼만한 자동차를 이곳 아프리카에 수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 21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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