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편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 필요

여러 형태 불법 건보료 수령 차단과 엄벌해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에 힘써야겠다. 올해까지 2년간 '반짝 흑자'를 기록하는 건강보험 이 2023년부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 수지는 1조4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어 2028년에는 8조9000억 원의 적자로 적립금이 고갈되리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 수지는 2019년 2조8000억 원 적자였다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병원 방문이 줄면서 적자 규모가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조8000억 원 흑자에 이어 올해도 1조 원 정도 흑자가 예상되지만 불과 2년 만에 다시 대규모 적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이미 예견됐지만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적자 반전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된 탓이 크다. 재정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국민 인기영합 식 포퓰리즘에 기인한다.

나라 살림살이는 눈앞의 현실만 봐선 안 되는데도 특정 정권 인기 유지책으로 건보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건보 공약을 했던 2017년엔 707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9년 이후 적자를 제기한 바 있다. 건보 재정이 완전히 바닥나는 시점은 기재부가 2023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2025년으로 내다봤다. 그런 마당에 대책 없이 건보 보따리를 푸는 바람에 적자 도래 시점이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심각한 건 급격한 고령화와 건보 보장성 강화 여파로 재정 고갈을 더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로 지원하는 규정은 올해로 효력이 끝나 건보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보 재정이 고갈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군인연금처럼 나랏돈으로 적자분을 벌충하거나 국민 부담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의료체계를 개선해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막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방지,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은 만성질환 관리 중심, 2·3차 병원은 입원 치료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방안 등을 놓고 전문가들과 일선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빈곤 문제를 생각한다면 건보의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성은 분명 있다. 하지만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는 마당에 지출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출이 늘어난 만큼 건보 무임승차와 과당청구 관행 같은 누수 현상도 막아야 한다.

예컨대 일부 요양병원의 불법과 탈법이다. 국민이 내는 건보료로 병원비가 지원되는 점을 악용해 불필요한 장기입원과 허위진료 등이 늘어나고 있다. 70~80대 의사를 허수아비 원장으로 내세운 사무장 요양병원도 증가세다.

문제는 건보료의 불법 청구가 천문학적이라는 점이다. 요양병원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건보공단에서 부정 수령한 금액이 한 해 1조원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는 건 ‘정부 돈은 눈 먼 돈’이라는 도덕적 해이에 근거한다. 실제 적발되지 않은 피해액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요양병원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 불법적 건보료 수령 차단에 힘쓰고,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 인구 고령화 여파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지속가능한 건보 서비스를 위해 획기적인 건보재정 건실화에 힘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 부담 확대를 위한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민·관·정계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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