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분기 성장률을 0.1%로 전망한다. 성장이 거의 멈췄다는 얘기다.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트리플A(AAA) 등급 채권도 잘 소화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카드가 남아 있으나 이는 고물가·고환율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온 그간의 긴축정책과 충돌한다. 이 충돌로 영국은 44일 만에 총리가 바뀌기까지 했다.

윤석열정부 첫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됐다. 이번 예산안은 나라 안팎의 경제·안보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나라 살림살이 계획인 만큼 여야의 꼼꼼한 심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로 여야 관계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윤 대통령 시정연설 거부로 여야 간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면서 험악한 ‘예산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야당이 예산안 통과를 이 대표 측근 수사와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와 걱정이다. 야당은 예산안과 다른 사안을 연계하는 행태를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안팎 경제위기에 대처해도 불안불안한 형국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극한 대치를 풀 기미가 없다. 대장동사건과 대선자금 의혹은 이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이다.

정치권은 내년 예산안 심사와 경제 현안 해결에 눈을 돌려야 한다. 639조원의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이 12월 2일인데 벌써부터 ‘준예산’ 얘기가 나와서야 되겠는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전년도 예산에 준해 나라 살림을 짜네 마네 하는 구태를 또 반복한다면 그 누구도 민생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초연금 증액, 지역화폐 존치, 병사 월급 인상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디 예산안뿐인가. 미국의 원전기업은 한국이 원전 수출을 못하게 해달라고 한국정부에 제동을 걸어오고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엊그제 “법대로”를 외치며 한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난색을 표시했다. 미 행정부가 새달 초까지 인플레감축법(IRA)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 모두 ‘한국차 예외 인정’을 끌어내는 데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삿대질만 하고 있기에는 나라 안팎 경제 여건이 너무 위태롭다.

김상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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