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역대 최대 160만원

너무 복잡하게 구분된 근로형태 간소화도 시급

한국사회에서 불평등의 상징이 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써야겠다. 올해 국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인 16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비정규직 근로자는 815만6000명이고, 정규직 근로자는 1356만8000여명이다.

비정규직 비율은 2017년 32.9%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고용 형태는 별다른 변화가 없기에 결과적으로 공공부문 중심으로 소수의 선택된 근로자들만 정규직이라는 혜택을 받게 됐고, 대다수 비정규직들은 지난 5년 동안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고문의 상처만 받았을 뿐이다.

문제는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59만9000원으로 벌어져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 증가폭이 정규직을 따라잡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34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만4000원 늘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188만1000원을 받는 데 그쳐 1년 전보다 11만2000원 증가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을 해소하고,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상징하듯 변화에 맞는 비정규직 이슈에 대한 접근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정규직은 반드시 좋고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인식 개선이다. 고령화 사회, MZ세대, 긱 이코노미, 플랫폼 노동, 라이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같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일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한 접근법이 아니다.

근로형태의 정리도 요청된다. 정규직이 아닌 형태의 근로에 대해 우리나라는 너무 복잡하게 구분하고 있다. 통계청은 비정규직, 한시적, 기간제, 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 파견, 용역, 특수형태근로, 일일근로, 가정 내 근로에다가 추가적으로 임시직, 일용직으로 구분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구분 없이 전 시간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로만 구분하는 나라도 있다.

노동유연성을 폭넓게 적용하는 노사정 합의가 긴요하다. 경기침체나 회복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인적자원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물론 노동유연성이 높으면 고용주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어 노동자의 근로 안정성은 떨어지는 반면 노동유연성이 낮으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어 청년실업률이 올라가는 명암이 있다. 기득권 유지에 빠져 있는 일부 대기업의 전투적 귀족노조의 폐해를 줄일 수 있고, 세대교체 기회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실에 비춰, 정규직에 대한 보호 강화는 결국 정규직 채용 기피와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데, 오랫동안 제대로 일을 못해도 그 사유로 해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면 고용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부의 고용노동정책도 변해야 한다.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이 아니라, 4인 이하 규모의 영세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200만명과 더 나아가 3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일하는 600만명의 근로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의 소리 없는 불만과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낮은 4대 보험 가입률, 규제 없는 장시간 및 변형 근로시간, 최저임금 미지급 등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사회 갈등을 줄이고 산업평화 구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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