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위험 119 신고 11건 이어져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1029 1015분 핼러윈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서 누군가가 넘어졌다. 뒤따르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넘어지고 겹겹이 쌓여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SNS에서는 2~3년 전의 해밀턴 호텔 옆 골목 사진이 공유되면서예고된 인재라는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소방당국은 11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7명으로 발표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30명이나 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덧붙였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26명에 달한다. 사망자 중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고, 3031, 1012, 408, 501명 등이다. 남성 55명 여성 101명으로 집계됐다.

참사 발생 3시간 40분 전인 오후 634분부터 위급함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있었다. 녹취록에는 압사 사고가 날 것 같다”, “압사당하고 있다는 등 현장 상황이 담겨 있었지만 경찰은 4건에만 반응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30경찰을 투입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으나 다음 날엔 유감을 표명했고, 사흘 만에 사과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400명 눕힌 현장. 폭 3.2m 길이 40m의 좁은 골목이다.
400명 눕힌 현장. 폭 3.2m 길이 40m의 좁은 골목이다.

경찰 직무유기, 고강도 감찰 절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고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 공무원을 일대일로 매치시켜 필요한 조치를 하겠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핼러윈뿐 아니라 전국 지역 축제까지 긴급 점검해 질서 있고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 용인과 동두천, 서울 마포가 핼러윈 축제를 취소했다. 서울 강북구 빨래골축제, 광주 무등산 산신 대제, 전남 목포 어울마당축제와 해상W,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붐업 페스타, 곡성군 심청어린이축제, 구례군 피아골단풍축제가 취소 혹은 연기됐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애도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결정됐지만 결국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김진화(43) 씨는 경찰의 위기 대응 실패와 119 신고 무시 등 직무유기에 대한 고강도 감찰이 절실하다면서 해밀턴 호텔 증축건축물의 불법 여부에 대한 조사는 당연하다. 하지만 사고원인을 토끼 머리띠 남자등에게 돌리는 마녀사냥은 안 된다. 세계 모두가 우리를 위로하면서도 우리의 사후 조치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의 꽃다발. 스산하고 애처롭다.
사고 현장의 꽃다발. 스산하고 애처롭다.

세계 최고 'K-00'에 도취했던 대한민국

도봉구 창동에 사는 송창주( 59) 씨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라면서 “2002년 월드컵 당시 백만이 넘은 인파가 몰렸어도 아무 일 없었는데 불과 20년 후에 천명 인파에 156명이나 사망했다. 20년 동안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다지만 일부 무분별한 향락문화와 마약 이기주의가 더해지면서 너무 이른 선진국 파티의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는 비판을 남겼다.

한국은 2021년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선정 혁신지수 세계 1위다. 5세대 이동통신 5G는 세계 최초의 상용 국가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국력은 세계 8위 일본을 앞질러 세계 6위로 도약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은 한국의 드라마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K-, K-패션, K-푸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다.

이처럼 경제와 문화 강국인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후진국형 인재 참사가 발생했다. CNN당국이 인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어야라고 지적했으며, AP통신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공공 안전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대중이 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즈는 장기간 홍보했던 행사, 인파 관리와 계획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창수 논설위원(서울총괄취재본부장)
최창수 논설위원(서울총괄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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