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우간다에서 뉴수단으로 비행할 19인승 쌍발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아침에 숙소로부터 공항으로 이동하는 도중 도로 한복판에서 자동차가 고장 나서 고생했듯이 경비행기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로 불안한 생각이 엄습했다.

비행기가 비행 중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갑자기 ‘고장이 나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의 생뚱맞은 걱정이 뇌리를 스쳤다. 비행기가 엔테베공항을 이륙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이 오전 10시 15분이었다.

기장은 이륙하기 전에 우리가 기착할 목적지인 뉴수단 내 나콰톰(Nakwatom)까지의 비행시간이 약 1시간 35분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해 주었다.

비행기가 안정된 일정 고도를 잡고 하늘을 날기 시작하자, 다시 아름다운 빅토리아 호수가 한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여객기는 고도를 약 10km 정도 이상의 상공을 비행하는데, 우리가 탄 경비행기는 약 3Km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더욱 가까운 상공에서 육상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가 빅토리아 호수 최북단에 위치한 엔테베공항을 이륙하여 북쪽으로 날아 캄팔라 시가지 상공을 벗어나자, 3천m 상공에서 내려다 본 우간다 지상에는 부족이 모여 사는 마을 같은 집들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

공중에서 내려다 본 지상의 개활지(평지) 도로는 대부분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그러나 도로상에는 가뭄에 콩 나듯이 자동차가 간헐적으로 지나다니고 있어서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굳이 도로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우리나라의 우마차로 정도에 불과한 비포장도로이다.

도로 주변을 연한 양측 초원지대에는 가끔 가축으로 보이는 동물(염소, 양, 소 등)들도 보였지만 한국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본 동물의 왕국 같은 야생 동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듯이 야생 동물과 가축이 동일 지역에서 공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각종 동물들이 뛰어노는 곳은 따로 지정된 국립공원구역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비행 중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활하게 끝없이 펼쳐진 구릉진 야산과 평원뿐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지의 평원 위에 아주 작은 모습의 돔(dome) 형태 또는 옛날 우리나라의 시골 원두막 같이 생긴 집(주택)들이 보였고, 집과 근접하여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는 우리(축사)는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공중에서 지상의 산야(山野, mountains and fields)에 눈이 팔린 상태로 한참을 비행하다 보니 꽤 넓고 긴 강(江, river)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기장은 이 강이 바로 빅토리아 호수로 유입되는 물줄기로 나일강 상류라고 했다.

나일강은 백나일강(White Nile river)과 청나일강(Blue Nile river)으로 구분하여 칭한다고 하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지금 비행하고 있는 상공에서 내려다보이는 나일강 상류는 백나일강이라고 했다.

나일강은 이곳 우간다와 수단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거대한 강이다.

나일강 주변의 평원은 고원지대로 형성된 노년기 지형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비행기에서 지상을 내려다 본 육지는 온통 초원지대의 녹음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얼마쯤 비행했을까,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광활한 산야가 시야에 들어왔다.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아서 나는 혹시 사철광 또는 자철광 지대로 뒤덮인 노천광(outcrop) 지역이 아닌가하고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만약 지금 보이는 현상(現狀)이 진짜 광체(鑛體, ore body)라면 지금까지 이렇게 놔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곳이 모두 ‘자철광이라면 개발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겠구나!’하고 잠시 착각 속에 빠지는 바보스러운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검은색을 보이고 있어서 코만도 쿨 총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쿨 총리는 이곳은 새로운 싹이 돋아나도록 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불을 질러 수목을 모두 태워버린 지역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지금까지 비행 중 고원지대의 광활한 평원과 드물게 펼쳐진 야산지대만을 보았는데, 이번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거대한 산악지대가 나타났다. 아마도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분명히 이름이 붙여진 유명한 산맥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산악지대를 뒤로 하고 얼마쯤 비행하고 나자 비행기는 왼쪽으로 선회하더니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 25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전)서울과학대학교 안전교육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전)서울과학대학교 안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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