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50회 진료 사례…‘의료쇼핑’ 규제 시급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지출 구조 등 건보 개혁이 시급하다. 2017년 20조 원을 넘었던 건보 적립금은 2025년에 고갈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흑자였던 건보 재정 수지는 2018년 적자로 반전돼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내건 문재인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건보 재정 악화를 부른 것이다.

문 정부는 건보 적용 대상을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대형 병원 2~3인실 입원비 등으로 급속히 확대했다. 병원도 MRI 검사를 많이 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이기에 묻고 따지지도 않고 MRI 검사를 해주지만, 실제 MRI 검사를 할 필요가 있는 환자는 1%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니 2007년 시작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규모는 그동안 갈수록 커져 2010년 4조 8614억 원에서 올해 10조 4922억 원으로 늘었다. 건보료 역시 매년 2~3%씩 오르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을 영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르면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국고 지원 14%, 담뱃세 6%)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60년에는 건보 적자가 정부 재정 적자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도로 진행 중인 저출산·고령화에 보장 범위를 과도하게 넓혀 놓은 ‘문재인 케어’ 탓에 2060년이면 건보 적자가 388조1000억원으로 정부 통합재정수지 적자(384조8000억원)보다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건보 재정 파탄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지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과잉 의료’부터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2018년 이후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 초음파와 MRI 진료비가 3년 만에 10배 규모로 커진 게 단적인 사례다.

초음파의 경우 2018년만 해도 진료비(건강보험+환자 부담액)가 1378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1조2537억원으로 불어났다. MRI 진료비도 이 기간 513억원에서 5939억원으로 뛰었다. 그만큼 이용 환자가 폭증한 것이다.

같은 증상에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일부 환자의 ‘의료 쇼핑’이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건보공단이 5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간 15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18만9224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건강보험 부담액은 총 1조9604억원에 달했다. 통상 의료계에선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50회를 넘는 환자를 과다 의료 이용자로 분류한다.

연간 500회 이상 병원을 찾은 환자도 지난해 532명이나 됐다. 주말을 포함해 하루 한 번 이상 병원을 방문한 것이다. 특히 한 40대 환자는 지난해 1년간 42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총 2050회의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의 지출 구조를 줄이기 위해선 가벼운 질환에 대해선 보장을 줄이고, 중증 질환의 경우 늘리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 경증(질환)의 과다 의료 이용에 대해선 진료비, 약제비의 본인 부담률을 높여 의료 이용 빈도에 따른 비용 부담을 차등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적극 바란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국민이 받고 있는 건보 혜택은 유지하면서 재정지출이 예상보다 급증하는 항목 재점검, 과다한 의료 이용 및 건보 자격도용 등 부적정 의료 이용 관리,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개선 등 재정 과잉·누수를 막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개혁 방안 마련에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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