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레알(한국철도공사)에서 작업 중 사망 사고와 열차 탈선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충격이 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국민 북안이 커지고 있다.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는 화물 열차 연결 분리작업 중 코레일 직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대전의 열차 검수고에서 근로자가 숨졌고, 올들어 벌써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코레일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공공 기관장 중에서 처음이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나 35명이 다쳤다. 용산 떠난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다 선로를 이탈해 열차 6량이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앞서 1월 KTX-산전 객차가 경부선 영동역과 김천 구미역 사이에서, 7월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한 데 이어 올들어 대형 탈선 사고만 세 번째다. 열차 탈선 사고는 대규모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영등포역 열차 탈선 수습 과정도 난맥 그 자체였다.

탈선 여파도 7일 오후까지 서울 구로~용산역 구간 열차 운행을 못하는 등 수많은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6일 밤 9시~11시 사이 “조치 완료”, “복구 완료‘ 같은 내용의 재난 문자를 보냈다. 코레일과 지방자치단체가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7일 아침 이를 잊고 출근길 열차를 타러 나온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망 사고와 탈선이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되는 것을 보면 코레일 임직원들의 업무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코레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 정권이 임기 말에 알박기 식으로 임명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남북 철도 연결 전문가라고 한다. 남북 철도 연결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던 것으로 정권이 바뀌었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는 조직 장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른 기관장들처럼 버티고 있고 이 와중에 코레일 운영은 엉망이 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30일 지하철 총파업을 예고해 빈축을 사고 있다.

총파업을 하면 평일 대비 운행률이 최대 50%대까지 떨어진다. 출퇴근길 교통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태원 참사 후 많은 시민이 과밀 사고의 트라우마를 겪은 상황에서 시민 안전을 담보로 집단의 이익을 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조는 사측의 감춤계(154명) 철회를 요구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다. 특히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2018년 무기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당시 국정감사에선 정규직으로 전환자의 상당수가 친인척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기술발전이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데, 무책임한 제도와 지나친 이기주의가 ‘위험사회’를 심화시킨다고 했다. 과거 삼품백화점·성수대교 붕괴 같은 후진국형 참사와 달리 최근 벌어진 사고들은 제도의 미비와 공직자의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위험이 관리되는 사회에선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란 이야기다. 관건은 사회발전으로 커져 가는 위험 요소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있다. 그러려면 공직자나 공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들이 자기가 맡은 직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철도만이 아니다. 경북 봉화군 광산에서 매몰돈 광부 2명이 살아 돌아온 ‘봉화의 기적’ 뒤에는 채굴업체의 허술한 안전 대책이 자리하고 있다.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사고를 무시하고 예방을 게을리하다 발생한다. 땅 위와 땅 밑, 하늘길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

 나경택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총재
 나경택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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