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K기술사가 함께 유숙하기 위해 배정 받은 숙소는 이곳 캠프(빌리지)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집이었다.

여장을 풀기 위해 건물(집) 내부 방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문을 열자 문 입구에 탁자와 의자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다시 방문을 열자 어두컴컴한 방안에 두 개의 침대가 나란히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말이 침대라고 부를 뿐이지 실상은 이곳의 군인들에 의해 조잡하게 제작된 나무 침대에다 매트리스를 올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방문 정면에 화장실(욕실)이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더니 겨우 한 사람밖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 수세식 좌변기와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 편 공간 천정부에 샤워기를 설치해 놓았으나 핸들링 할 수 없도록 고정시켜 놓아서 불편해 보였다.

또한 세면기 앞의 나무 선반 위에 질이 썩 좋지 않은 비누가 놓여 있었고, 좌변기 위의 통풍구 밑에 역시 질이 매우 떨어지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놓여 있었다.

화장실 내부 벽면은 시멘트 몰탈(mortar)로 칠해져 있었고, 밑으로부터 가슴 높이만큼까지 사각 타일이 붙여져 있었다.

바닥에는 하수구로 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개미들이 떼를 지어 기어 다니고 있었다.

다시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 방을 살펴보니 두 개의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검은색 천으로 된 커튼이 쳐져 있었다.

방 안이 너무 어두워서 커튼을 젖히자 유리를 끼워 놓은 창문과 창밖에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방충망은 모기는 물론 기타 작은 벌레들이 얼마든지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로 엉성한 망(net, 網)으로 매우 허술해 보였다.

즉, 한 마디로 방충망이 아니라 철사 줄을 엉성하게 그물 형태로 엮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좀 더 설명하면, 모래 속에서 작은 크기의 돌멩이를 골라내는 체(wire mesh net, 철망사, 鐵網)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어떻든 모든 구조와 재질, 그리고 만들어 놓은 작품이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고, 이해도 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흉내를 내고 모방한 것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우리를 초청한 뉴수단 총리 등이 우리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주는 편의 시설로 그들이 우리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특급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였던 것이다.

본 글에서 우리가 유숙할 숙소에 대해 이처럼 조잡한 구조와 실상을 소상하게 밝히는 이유는 초청자가 우리에게 엄청난 신경을 써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솔직히 우리가 볼 때 이곳의 뉴수단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실상을 우리는 접해보지 못했거나 이보다 훨씬 나은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곳의 현실적 실정은 우리에게 이 정도의 대우를 위해 베풀어주고 있는 배려도 그들에게는 엄청나고 대단한 거사(巨事)였다.

우리에게 제공된 숙소는 작업도구는 물론 원자재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폐허된 환경 속에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와 갈대숲, 그리고 흙을 이용하여 지어놓은 건물에다 시멘트 몰탈을 덧칠해 놓은 것이 전부였다.

비록 질은 매우 떨어졌지만 세면기, 변기, 샤워꼭지 등을 설치하고, 벽면을 시멘트 몰탈로 칠한 후 타일을 붙인 것, 그리고 방충망을 설치한 것 등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에게 불편함을 덜어주려고 애를 쓴 흔적들이 역력해 보였다.

그들이 안고 있는 현실은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된 실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민족성을 지키고 국가형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전된 뉴수단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힘든 삶을 인내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6.25 전쟁 이후 극도로 폐하 상태에 놓여 있었던 대한민국의 과거 역사와 실상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 28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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