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 명의 전쟁고아들은 먹을 양식이 부족해서 기근(饑饉)에 시달리고 있으며, 질병을 앓고 있어도 의약품이 없어서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쟁부상자(상이용사)들과 전쟁미망인, 그리고 전쟁고아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어야 할 책무가 국가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빈곤한 국가이다.

따라서 뉴수단 국민은 아무런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지 않은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은 영부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쟁부상자들과 전쟁미망인, 그리고 전쟁고아들을 위한 일을 미약하나마 일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뉴수단)는 지난 19년 동안 북부 수단과 전쟁을 치러왔고, 지금도 대치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뉴수단은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개발가치가 높은 나라이다.

이러한 지하자원을 여러분(한국인)이 개발하여 뉴수단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여러분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편히 지내다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간혹 북부 수단에서 야간에 우리 지역을 비행기로 폭격을 하고 돌아가곤 한다.

그러나 이곳의 집들은 모두 나무 밑에 지어져 있으므로 적들이 폭격위치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혹시 밤에 폭격소리가 들리더라도 놀라지 말기 바란다.

그렇지만 나는 영부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한국에서 출국할 때 여행자 보험도 깜빡 잊고 미 가입 상태로 이곳까지 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에 뉴수단 체류는 일단 대외적으로나 공식적으로 볼 때 불법 입국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일순간 만약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한 마디로 ‘개죽음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영부인은 이어서 이곳의 보다 구체적인 실정에 대해서 점심식사 후 자신의 비서를 통해 설명을 추가로 듣고, 또 함께 다니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영부인이 자리를 뜨자 우리도 총리 일행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회의장소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 앞에 이르자 문 입구 옆에 수돗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는 식사 전 청결을 위해 손을 씻고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비누가 놓여 있었다.

재경부장관이 나를 보더니 먼저 손을 씻으라고 권하면서 순서를 양보했다.

식당 내부에 들어서자 많지 않은 종류의 음식이 뷔페식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하고 생각하기 전에 무슨 음식들이 차려져 있는지가 궁금했다.

실은 나는 음식 맛을 먼저 보고나서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먼저 식욕을 느껴야 먹는 습성이 있어서 먹을 음식을 고르는 목적도 있었다.

그래서 먼저 식단이 차려진 곳을 가보았더니 밥, 닭고기 튀김, 생선 튀김, 이태리식 국수(pasta, 파스타)인 스파케티(spaghetti)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사과와 커피, 홍차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의 요리사는 키가 매우 작은 덩치에 검은색 얼굴이었지만 시종일간 연신 하얀 이를 내보이면서 싱글벙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 모든 음식이 맛있다면서 이것저것 먹기를 권했다.

그리고 그는 음식마다 조리방법까지 자상하게 설명까지 덧붙였다.

뉴수단은 바다도 없는 내륙지방인데 웬 생선이 있을까 싶어서 주방장한테 물어보았더니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라고 했다.

그는 케냐 사람이지만 이곳 뉴수단을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들의 접대를 위해 뉴수단 대통령 영부인이 초빙해서 왔다고 했다.

그는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항상 즐겁다고 했다.

- 30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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