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해당…진상규명하고 엄중처벌해야

통계는 신뢰가 생명이다. 통계가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통계는 '가치판단'이 아니라 '팩트'의 영역이기에 보수와 진보가 없으며 '현실 그대로의 숫자'만 존재해야 한다. ‘정확성·시의성·유용성’을 갖춘 신뢰받는 통계를 생산해 정책성과를 가늠하고 방향 설정의 근거로 삼는 이유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통계가 심판대에 올랐다. 감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통계 집계 과정에서 관련 수치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현장감사 결과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과정에서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로 입력하는 등 고의로 왜곡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 조작'은 '여론 조작' 못지않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적이다. 경제 성적이 나쁘면 '정책'을 바꿔야지 '통계'를 바꾸려 해선 결코 안 된다. 왜곡된 통계를 가지고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감정원(한국부동산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알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 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올랐으며 이 중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지수 역시 정부 발표와는 사뭇 달랐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국정농단이다.

설상가상 집값만 통계가 왜곡된 게 아니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감사원은 문재인정부에서 집값 외에도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성공한 정책으로 포장하기 위해 소득, 고용 등 주요 통계를 고의로 왜곡했고, 여기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가계 동향 조사나 보도 자료와 관련해 특정 내용을 담아달라거나 빼달라고 말한 내용이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자료에 반영됐다고 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취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갑작스레 강신욱 전 청장으로 교체될 때부터 개운치 않았다. 강 전 전 청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으로 주로 '소득불평등' 연구를 해온 인물로서 '통계 전문가'가 아니다. 신뢰성 있는 통계서비스로 통계청을 국가데이터 허브로 거듭나게 할 적임자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강 전 청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작성한 당사자다. 통계청 자료에서 분석 대상을 '가구'가 아닌 '개인 근로자'로 바꾸고, '소득 감소가 많은 실직자와 자영업자는 아예 제외'해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바로 그 자료다. 이 자료는 당시 대부분의 언론으로부터 ‘통계 왜곡’이란 비판을 들었지만 어쨌든 '정권의 입맛’에는 맞는 것이었다.

퇴임 4년여 만에 감사원 조사를 받은 황 전 청장은 당시 소득 통계와 관련해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으며 이를 거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통계청은 소득과 지출을 다시 통합하고 조사 방식을 변경하면서 소득 5분위 배율 등 소득 분배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통계청이 사실상 통계를 조작한 셈이다.

통계조작은 국가 정책을 왜곡된 방향으로 끌고 가서 결국에는 국가 전체를 망가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사법당국은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죄질에 따라 엄중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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