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정치적 갈등 수준이 주요국 1위라는 미국 여론조사 리포트가 나왔다. 공공연한 대선 불복 주장과 의회난입 사건, 갈수록 심해지는 증오의 정치 등 민주주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을 앞섰다는 것이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한 초당파 싱크탱크 죽리서치센터가 민주주의를 실시하고있는 19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올 2-6월 조사해 비교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나라별로 18세 이상 성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서로 다른 정당 지지자들 간에 갈등이 있느냐는 물음에 ‘강하다’ 또는 ‘매우 강하다’ 라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이 90%로 가장 높았다. 미국이 88%로 뒤를 이었다. ‘매우’ 강하다는 답변만 놓고 봐도 한국은 49%로 압도적 1위였다. 미국은 41%였다. 두 나라 모두 10명 중 9명 꼴로 정치 갈등이 강하다고 했지만, 한국 국민이 좀 더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결과다. 미국에선 대선 이듬해인 지난해 1월 의회 난입참사가 벌어지는 등 대선 불복주장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최근 중간 선거를 앞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을 노린 극우주의자의 둔기 습격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런 미국을 제치고 한국이 정치 갈등 1위 국가임을 우리 국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적 갈등이 대선 이후 더 격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말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광화문광장 용산 대통령실 앞 등에서 “윤석열 퇴진”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며 집회대결을 벌인다.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선 공방 막말과 모욕적인 안사가 판을 친다. 정치권은 극렬 지지층 눈치만 보며 갈등을 더 조장하고 유불리를 따지기에 바쁘다. 경제가 벼량 끝 위기에 서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다. 말로만 경제, 안보 복합 위기 운운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생존할 수 있는지 온갖 지혜를 모으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갈등과 분열의 3류, 4류 정치만 펼칠 것인가. 성공회 신부 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발언을 소개하며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동시에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다른 천주교 신부도 윤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사진을 올리고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라고 썼다. 일반인이라도 해서는 안 될 거주를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한다. 정쟁에 빠져 제정신을 잃은 사람들이 신부옷을 입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이태원 참사와 연결지어 공격한다. 상근 부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병을 앓는 현지 어린이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자신이 페이스북에 시신 사진을 올리고 ”대한민국 청년들이 압사당했는데 영부인이란 사람이 이러면 될까요“라고 했다. 김 여사의 이 일정을 두고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했다.

과거 영부인 중 취약계층을 찾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김 여사 스토킹은 그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이날 한 인터넷 매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개됐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이 매체는 “유족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은 양해를 구한다”고 유족 동의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사망 희생자의 이름을 제3자가 멋대로 공개하고 있다. 그것도 희생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쟁에 필요한 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 국가 위기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의 기구라도 속히 추진하길 바란다.

나경택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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