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설비투자 세액공제 8% 통과에 앞장

미·대만 등 주요국 세액공제 25%로 상향

원내 다수당이자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과연 국리민복이라는 국정 철학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8%로 높이는 일명 ‘반도체 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반도체 업계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사망선고와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발의했던 20~30%의 세액공제율에서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세액공제 비율을 두고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반도체 특별법 개정을 주도해온 양향자 의원과 국민의힘은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 수준으로 세액공제율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반면, 야당은 ‘재벌 특혜’라며 반대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각각 10%, 15%, 30%로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다 8%로 통과시켰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25%이기에 8%는 전진이 아니라 후퇴로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한국에서 쫓아내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요국들은 미래 먹을거리 반도체 패권 장악 차원에서 막대한 보조금과 파격적인 세액공제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반도체기업에 지급하고 반도체기업의 자국 내 시설투자액에 대해 25%의 세금공제율을 적용한다. 대만 정부는 최근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430억유로(약 58조77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데 합의했고, 일본은 구마모토에 TSMC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건립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법인세 부담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반도체 주요 기업 중 가장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각각 25.2%, 28.3%였다.

반면, 주요국 글로벌 업체들은 10% 이하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인 TSMC는 10.0%에 불과했다. 인텔은 8.5%, SMIC가 3.5%다. 한국이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은 7.1%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 반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분별심 잃은 ‘몽니’와 시대흐름 역행에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처하게 됐다. 오죽하면 양 의원이 “매국노(埋國奴)”라고 울분을 터트리고 있겠는가.

대변혁의 4차 산업혁명시대다. 한데 우리의 산업은 이에 뒤지고 있다, 특히 세계 신산업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은 시스템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와 자율차·전기차(EV)의 두뇌 역할을 할 로직·아날로그 집적회로(IC) 반도체를 설계하는 전문기업(팹리스), 설계대로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팹리스는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고사(枯死) 지경이다.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1%대(삼성전자 제외)다.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정치권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민주당은 국정에 책임 있는 다수당으로서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리민복엔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 반도체 특별법 개정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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