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좌담을 하고 있는데, 식당 요리사가 다가오더니 콜라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우리는 조금 전에 점심식사를 했지만 그가 친절하게 권해서 마시겠다고 했더니 금방 콜라를 가져왔다.

우간다 캄팔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곳 뉴수단의 콜라도 코카콜라였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요리사가 먹고 마실 것을 자주 권했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매상을 올리기 위함이었는데,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다.

전 회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이곳에 주재하고 있는 대통령 영부인은 전쟁고아들과 전쟁미망인들 그리고 전쟁부상자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어야 했다.

나아가 고아들의 말(언어)과 문자(영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시켜야 하고, 전쟁미망인과 부상자들의 재활교육을 시켜야 했다.

또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중 부상과 질병 치료를 위한 약품 구입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많은 재원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일행이 그들의 초청으로 뉴슈단을 방문했지만 숙식비를 1인당 하루 2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USD 45$을 받는다고 했다.

따라서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은 별도의 추가 수입원이 되는 셈이다.

민간베이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단의 초청국 정부에서 그들이 우리한테서 도움을 받기 위해 초청해놓고도 체류 경비를 방문자가 지불하게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헐벗고 굶주린 자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교육을 시켜야 하며,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 그들의 처절한 현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휴식을 마친 후 영부인의 비서가 안내해주는 곳을 함께 다니면서 직접 보고 듣게 되자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는 영부인의 비서는 영부인의 조는데, 교육을 많이 받았는지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했다.

비서의 안내로 처음에 찾아간 곳은 한 개 밖에 없는 교실로 고아들이 공부하는 장소였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기초교육으로 말과 글(영어)을 가르치는 장소 같아 보였다.

책상과 걸상이 옛날 우리나라의 50~6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나무로 제작된 것으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앉아 수업을 받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재료는 물론 공구마저도 부족한 탓으로 매우 조잡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칠판은 넓고 평편한 나무판자 또는 플라스틱판이 없어서 면이 고르지 목한 시멘트 몰탈 벽에 까맣게 칠을 한 벽으로 그 위에다 글을 쓰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는 오늘 수업이 끝나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으나 몇 명의 아이들이 칠판에 써놓은 영어 단어와 문장을 읽고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이 숙제로 써놓은 것 같았다.

대략 열 살쯤이나 되어 보이는 어린이에게 영어로 몇 마디 말을 걸어 묻자,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아마도 고아로서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방과 후지만 교실에 남아서 숙제로 공부를 더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어서 비서의 안내로 탁자만 있고 의자가 없는 식당(dining room)을 보았다.

식사를 하는데 의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렇다면 식사를 서서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식당은 지나쳐 뒤편으로 향했더니 아이들이 먹을 양식이 담겨져 있는 듯한 포대자루가 몇 개 놓여 있었다.

포대자루 겉면에 인쇄되어 있는 영문을 읽어보니 미국에서 원조해준 구호물자로 옥수수 가루였다.

비서는 이곳에 있는 고아의 수가 약 250명 정도라고 하고, 옥수수 가루로 묽게 죽을 끓여 아이들에게 식사로 제공한다고 했다.

다시 밖으로 나오자 나무 그늘 아래에 비닐 포장이 씌워져 있는 물건이 보였다.

비닐 포장을 젖히자 가마솥이 놓여 있었는데, 옛날 우리나라의 시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야외 부엌이었다.

이곳은 옥수수 가루와 물을 넣은 가마솥을 걸어놓고 나무 장작불로 죽을 끓이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옆에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동그란 버켓(burket) 용기에 가마솥에서 끓여낸 옥수수 죽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 32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